가정에서 벗어나 학교에 입학하고, 회사에 입사해 사회 구성원이 돼 살아가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나는 정말 착한 사람인가?”
여기서 말하는 ‘착함’은 선택해서 얻은 미덕도 아니며 내가 스스로 결정한 주체적인 판단도 아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문화 속에서 배우고, 관계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관습적인 생존 방식이다. 이를테면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동창 결혼식에 보낸 축의금이나 이름도 모르는 시댁의 먼 조상을 모시기 위해 부엌에서 거드는 허드렛일 같은 거다.
저자는 ‘적당히 착한 사람’을 대단히 선하지도, 노골적으로 이기적이지도 않은 사람으로 정의한다.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먼저 웃거나, 갈등을 피하기 위해 먼저 양보하는 사람들로 우리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책은 근본적인 질문부터 파고든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규칙을 돈과 시간과 마음으로 지켜왔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를 심리학·진화생물학·행동경제학을 통해 분석한다.
적당히 착한 사람들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공감 피로는 왜 몸의 통증으로 번지는지, 반복되는 호의는 어째서 만만함으로 읽히는지 등 누구나 흔히 마주할 수 있는 고통의 원인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호의를 베풀고는 ‘내가 왜 이러지?’라는 의문을 반복해 온 이라면 저자가 분석한 현상과 내 과거의 모습을 비교하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책이 제시하는 적당히 착함을 버리고 자신을 지키라는 결론은 이기적으로 살라는 것이 아닌 나의 착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방어기제를 가지라는 것이다. 먼저 배신하지 않되 상대방이 선을 넘으면 거리를 두는 법과 관계를 해치지 않고 거절하는 법, 나를 소진시키지 않고 곁에 있어 주는 법 등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과 그 마음가짐을 실제로 지킬 수 있는 심리적 처방을 제안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