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너무나 크다. 봄날 논에 물을 대고 볍씨를 뿌리는 순간부터 농민의 시간은 시작된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 허리를 굽히고, 장마와 태풍을 걱정하며, 병충해와 씨름하고, 가을바람에 벼가 익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기까지 농민은
펜을 쥐고 백지를 마주할 때마다, 혹은 모니터의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글을 빚어낼 때면 늘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이 뇌리를 스친다. '나는 지금 철저한 구조와 논리에 방점을 찍고 합리적 판단의 순서에 따라 시를 직조하고 있는가, 아니면 통제되지 않은 감성의 범람에 몸을
어느 날 불쑥 던져진 제자의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시선을 허공에 두었다. "인간은 왜 글을 써야 하는가? 글을 쓰면 대체 우리 삶에 무엇이 주어지는가?" 이 질문은 일기를 끄적이는 밤의 몽상가부터, 치열하게 시대의 단면을 베어내는 칼럼니스트, 인간의 심연을 탐구하는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사회적 갈등의 본질은 단지 이념의 대립이 아니다. 그것은 '정직한 사실(Fact)'과 '만들어진 음모론(Fake)' 사이의 정면충돌이자, 기성 권력세력이 구축해 온 위선적 서사에 대한 2030 청년 세대의 거대한 불복종 운동이다. 최근 1974
제1장. 가을의 문턱에서 묻는 성찰의 무게 계절이 고개를 숙이는 계절이다. 찬 바람이 대지의 열기를 쓸어내리고 나뭇잎이 제 몸을 비워 뿌리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이 가을의 입구에서, 나는 지나온 삶의 궤적을만지작거리며 침묵에 빠져든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감에
역사는 한 국가의 뿌리이자 영혼이다. 안보는 그 영혼을 지켜내는 가장 튼튼한 울타리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역사의 뿌리가 왜곡의 도끼질 아래 흔들리고, 안보의 울타리가 비겁한 침묵 속에서 사그라지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을 다룬
정치의 언어는 갈수록 거칠어지고, 국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청문회와 공방이 이어지고, 정치권은 서로를 향해 책임을 묻지만 정작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문제에는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국민이 정치보다
이 질문은 너무 오래되어 오히려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문학을 글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고, 예술이라고 말하기에도 충분하지 않다. 문학은 인간이 살아온 시간 속에서 발견한 수많은 질문과 감정을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일이며, 결국에는 인간이 인간 자신을 바
사람들은 흔히 글쓰기를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글쓰기의 더 깊은 세계로 들어가면, 글은 단순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1. 사람의 체온이 없는 문장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세상에는 잘 쓴 글이 많다. 문법이 정확하고, 논리가 정연하며, 표현도 아름답다. 어려운 지식도 풍부하고 인용도 훌륭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글이 있다. 반대로 문장이 조금 투박하고
1.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흔히 많이 아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정보를 알고 있으며, 어려운 말을 잘 구사하고, 세상의 여러 현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지식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1. 경험은 사건이 아니라 흔적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을 경험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기뻐하고 슬퍼한다.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때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모든 경험이 글이
사람은 왜 글을 쓰는가. 이 질문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쉽게 지나쳐버린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고, 누구나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 쓴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남기기 위해
문학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살아온 만큼의 문장을 쓴다는 것이다. 아무리 언어를 아름답게 꾸미고, 은유와 상징을 정교하게 세워놓아도 그 문장 깊숙한 곳에는 글쓴이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 남는다. 감추려고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