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했던 시간의 기장을 싹둑싹둑 잘라내고, 가장 낮은 곳으로 시선을 돌려 따듯한 위안을 건네는 시인이 있다.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한양대학교 교수를 역임하며 정갈한 서정의 깊이를 탐구해 온 박상천 시인이 신작 시집 ‘어느 시골 정류장에 앉아 있겠다’(시와함께 넓은마루 펴냄)를 펴냈다.
▲1부 ‘어느 시골 정류장에 앉아 있겠다’ ▲2부 ‘행복에 관하여’ ▲3부 ‘오래된 사진’ ▲4부 ‘세상의 신호’로 구성된 시집은 현란한 기교가 없다.
대신 시인은 요즘 시대에 무용(無用)하다고 일컬어지는 것들을 시에 잔뜩 소환한다.
다시 사랑을 말하고 우정을 말하고 애정을 말한다.
가만히 어느 시골 정류장에 앉아 ‘의미 없이 시계를 한번 들여다보고’(‘어느 시골 정류장에 앉아 있겠다’ 중), 흐르는 바람을 말하고 무궁화호 열차 입석을 말하며, 거울에서 자신의 시들어가는 모습을 마주하고 결국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속도전에 방향을 잃은, 혹은 어딘가 뒤처진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한 누군가에게 투명하고도 단단한 위로를 건네는 듯 하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잠시 멈추어 지금의 삶을 응시해보라고.
이 자체가 아름답다고.
시에서 건져올린 무용함들이 누군가의 삶에 유용함으로 치환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