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한병철이 신작 ‘존중 없는 사회’를 통해 존중이 실종된 현대사회의 민낯을 특유의 시적 언어로 예리하게 파헤친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겪는 극심한 고립과 사회 분열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적 능력주의 체제에서 찾는다.
능력주의 체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며 타자에 대한 경멸과 자학을 끊임없이 양산한다.
누구나 누려야 할 존중의 자리를 돈과 권력을 향한 투쟁이 차지하면서 사회적 유대는 해체된다.
특히 권위가 무너진 사회에서 '자기 경영자'로 내몰린 현대인은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에 휩싸이며 주말과 휴식마저 반납한다.
'자기실현'이라는 착각 속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자발적으로 착취하는 동안, 자신에 대한 존중과 타인을 향한 배려는 설 자리를 잃는다.
그는 존중이 사라진 사회가 결국 개개인이 적대하는 '분자적 내전' 상태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권위의 공백은 포퓰리스트와 독재자의 출현을 부추기고, 디지털 알고리즘은 대중을 감시·통제하는 새로운 체제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