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을 뜻하는 제목과 달리 책 속 사람들의 삶은 좀처럼 잔잔해지지 않는다. 태풍과 침수로 일상이 무너지고, 전세 사기로 보금자리가 흔들린다. 가족 사이에 쌓인 상처와 생계를 둘러싼 갈등도 이들을 위태롭게 한다.
2017년 ‘포항 소재 문학상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김도일의 두 번째 작품집 ‘여여한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곤경에 놓인 이들이 무엇에 기대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따라간다.
책에는 ‘해방둥이 김개동’, ‘보현이’, ‘막내 순철’, ‘동진만’, ‘경순영’, ‘영주 한철 영규’, ‘모태 신앙인 경환’ 등 단편 일곱 편을 실었다. 같은 도시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사방사업이 한창이던 시절부터 산업 현장의 파업, 기업의 환경 문제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풍경과 사건이 담겼다.
인물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원인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의 욕망과 무관심이 다른 이의 삶을 위협하기도 하고, 개인의 힘으로 넘기 어려운 사회 구조가 앞을 막기도 한다. 가까운 관계 안에서 해소하지 못한 감정이 균열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재난과 갈등은 평범한 일상을 지탱하던 조건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고 소설 속 인물들이 고난 앞에서 늘 의연하거나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권력에 우쭐해지고, 두려움에 흔들리며,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작가는 이들의 잘못을 단죄하기보다 그 행동에 이르기까지의 사정과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담담하고 때로는 위트 있게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