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과 서울 둘레길, 한강·낙동강 자전거길과 100대 명산을 걸어서 완주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경기옛길도 완보했다.
안 가본 산과 도보길이 없다시피 할만큼 전국을 두 발로 누볐다.
그렇게 걸으면서 글을 썼다.
가정주부였던 김정혜(69) 시인은 올해 3월 ‘한글문학’ 봄·여름호를 통해 정식 등단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걸으며 시 쓰는 여자’라는 제목의 첫 시집을 발표했다.
지난 20여년 간 남몰래 써온 700여편의 작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시인의 글쓰기는 웹에 도보여행 후기를 쓰면서 시작됐다.
방가지똥, 칼잎용담, 벌개미취, 코딱지나물꽃 등 다른 이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들꽃들을 눈에 담고 야생화 카페 등을 쫓아다니며 꽃에 몰두한 글을 썼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산행기도 차곡차곡 쌓아갔다.
김 시인은 몇 달에 걸친 백두대간 종주 도중 낙상사고로 다리를 다쳤고, 회복 후부터 전국의 둘레길로 방향을 돌렸다.
걷는다는 건 ‘잘 살고있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하루 5만 보를 돌파한 것도 부지기수고, 서울 시내는 한강 너머든 어디든 걸어서만 다녔다.
그러면서 꾸준히 시를 써 인터넷카페와 개인 블로그에 공개했다.
주위에서 아마추어 글쓰기가 아니라며 등단을 권유했다.
작품에는 현장에 직접 있어야만 포착할 수 있는 생생함, 작가가 고스란히 느꼈을 오감이 묻어있다.
꽃에게 열매에게, 작은 새와 나무에게 건넨 말들이 가볍지 않으면서도 간결하다.
시집의 마지막 섹션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마무리한다.
마음따라 자연따라 걸은 듯하지만, 모든 걸음이 그 마지막 사모곡에 연결돼 있음을 짐작케 한다.
‘김정혜의 시는 다리로 시작해 입을 거쳐 눈을 통해 완성된다’라는 출판사 서평처럼, 책을 읽고나면 따뜻한 인생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 든다. 70세 목전에 늦게 핀 꽃이라 오래 지속될 향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