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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놀고 뒤집은 나의 페미니즘]

유숙열 지음. 이프북스 펴냄. 348쪽. 2만2천원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2026.09.18 09:02

 

[웃고 놀고 뒤집은 나의 페미니즘]

책 ‘웃고 놀고 뒤집은 나의 페미니즘’을 읽으면 우리나라 여성운동이 고민해 온 발자취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가부장제라는 적과의 전쟁을 치러온 한 여성의 여정과 소회가 담긴 ‘여성운동판 난중일기’라 말할 수 있겠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여성 언론인’이라고 저자를 소개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나 여성학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이전인 1970년대 후반 기자생활을 했다.

합동통신, 문화일보 등에서 일했다.

자신도 기자 생활 초창기에는 가부장제 문화에 물들어 있었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기는 하지만 ‘명예남성’ 같은 그런 기자였다.

그런 그는 미국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돌아온 후 완전히 달라졌다.

저자는 “페미니즘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니 여성으로 살면서 느꼈던 모든 부조리와 부당함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했다”고 했다.

페미니즘을 관심 갖고 살피지 않은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미국에 건너가 페미니즘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읽으면 ‘설마 예전에는 정말 그랬다고?’하며 적잖이 놀라게 된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1부 ‘유숙열의 페미니즘 인생’은 저자의 성장 과정과 기자 생활, 미국에서 페미니즘을 만나고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실었다. 2025년 7월부터 12월까지 일간지 ‘한겨레’에 게재된 기고다. 2부 ‘<이프>를 열며&인터뷰’와 3부 ‘특집 <이프> 욕망의 페미니즘’에는 저자가 이프에 썼던 권두언, 인터뷰, 기획 특집 기사를 수록했다.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방한 동행취재기, 창간 특집 ‘지식인 남성의 성희롱’부터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지상중계’ 등의 글들로 그 시대에 파격적이라고 평가받은 의제들이 어떻게 발굴되고 논쟁을 일으켰는지 보여준다.

옛날이야기인데,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페미니즘이 걸어온 역사적 맥락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소모적인 논쟁으로 쉽게 소비되고 있는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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