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사유의 심층] 성벽의 미학(美學)과 거울의 비극

1. 뫼비우스의 띠가 된 진실: 도그마의 건축학

수원본부장 손옥자 2026.05.07 16:31

 

[필자의 차한잔의 여유]

 

 

 

 

 

 

 

 

 

 

 

 

 

 

 

 

우리는 각자가 설계한 진실의 감옥 안에 살고 있다. 본래 '세상'이라는 이름의 주체는 수만 갈래의 물줄기가 모여 이루는 거대한 대양(大洋)과 같으나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그 갈래를 인정하기보다, 단 하나의 물줄기만이 정답이라고 외치는 '독선(獨善)의 건축가'들로 가득 차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

 

하나의 해답만을 강요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도그마의 함정에 빠진다. 도그마는 창문 없는 방과 같아서, 일단 그 안에 발을 들이면 전후좌우의 풍경은 소멸하고 오로지 자신이 믿는 '천장'만이 하늘이 되며 지도자가 혹은 한 시대의 지성이 이 함정에 빠질 때, 그가 쌓아 올린 성벽은 우군(友軍)조차 접근할 수 없는 절벽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그 성벽은 타인을 막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가두고 침몰시키는 거대한 관(棺)이 되고 마는 비극을 우리는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다.

 

 

2. 정상의 고독인가, 시선의 몰락인가: 확신의 노예들

 

산의 정상에 오른 자는 종종 자신이 밟고 선 높이가 곧 '도덕적 우월성'의 척도라는 착각에 빠진다. 자신이 겪은 험난한 등반의 과정이 유일한 정석이라 믿는 고집은, 타인의 등산로를 부정하는 오만으로 이어지고 이때부터 '경청(傾聽)'이라는 고귀한 주파수는 소멸하고,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만이 메아리치는 '확신의 동굴'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참된 지도자, 혹은 성숙한 인간의 미덕은 '말하는 입'이 아니라 '담아내는 귀'의 깊이에서 결정되기에 결정(Decision)이란 독단적인 선언이 아니라, 수많은 공유의 가치들을 정교하게 엮어 원만한 상황의 길을 넓히는 '직조(織造)'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은, 타인의 문장에 마침표가 찍히기도 전에 자신의 쉼표를 던져 맥락을 훼손하는 성급한 결단들뿐인 것 같다. 가정의 불화부터 국가의 분열까지, 모든 화마(火痲)는 상대의 세계를 무시하는 그 작은 '닫힌 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3. 무너진 균형추: 이성과 감정의 비대칭

 

결단의 순간마다 인간을 괴롭히는 것은 '이성'의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함량이며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성적이려 노력하는 감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시대의 일그러짐은 이 균형추가 완전히 무너진 데서 기인하며 교육과 경험의 복합체로서 완성되어야 할 '원만의 자족성'은 사라지고, 즉자적인 감정의 분출이 신념이라는 가면을 쓰고 횡행하는 것이다.

 

특히 아집과 독선으로 무장한 이들은 타인의 존재를 자신의 영토를 침범하는 '침입자'로 간주하고 그들의 뇌수는 타인을 배려하는 뉴런이 퇴화한 채, 오로지 자신의 성문을 굳게 지키는 방어 기제만으로 작동되고 있고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이들이 자신의 피붙이에게는 무한한 헌신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는 배려가 아니라 '확장된 이기심'에 불과하다. 타인과의 관계 설정을 거부하고 내 것만을 완곡하게 주장하는 행위는 사회성의 결핍을 넘어, 공동체의 신경망을 끊어버리는 치명적인 마비 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4. 기계적 복제의 시대, 옹고집이라는 거울

 

필자가 소환한 <옹고집전>은 단순한 고전 설화가 아니라, 본질을 잃어버린 현 시대의 자화상이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는 다툼, 그리고 가짜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쫓겨나는 진짜의 수난은, 진실의 가치가 자본과 선동에 의해 전도된 우리 사회의 은유이다.

 

진짜 옹고집이 자살의 문턱에서야 깨달음을 얻었듯, 현대의 인간들은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극한의 소외를 경험하고서야 비로소 '타인'이라는 거울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베푸는 일은 타인을 위한 시혜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이 고이지 않게 흐르게 하는 '선업(善業)의 순환'이다. 공덕의 탑은 혼자 쌓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벽돌을 인정할 때 비로소 평안과 안정이라는 행운의 지붕을 올릴 수 있는 법이다. 소통이 부재한 개인은 섬이 되고, 소통이 부재한 지도자는 거대한 절벽이 되어 사회의 숨통을 막는다.

 

 

5. 에필로그: 어둠을 깨우는 투명한 기록의 힘

 

현 시대의 정치판과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아우성은 소통을 역설하지만, 정작 그 목소리들 속에는 '너'는 없고 '나'만 가득한 집단, 소통의 사회학이 잠든 어둠을 깨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의 행동이 거울처럼 투명해지고, 개인이 자신의 아집을 내려놓고 타인의 행간을 읽기 시작할 때, 비로소 민주공화국이라는 거대한 유기체는 건강한 박동을 시작할 것이다.

 

필자가, 오늘 한 줄 한 줄 그리는 문장들은 단순히 종이 위의 활자가 아니다. 그것은 일그러진 시대의 형상을 바로잡는 '사유의 교정지'이며, 훗날 이 시대를 증언할 가장 정교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기에 작지만 큰 민주주의를 위한 이 지독한 기록을 멈추지가 어렵다. 필자의 붓끝이 향하는 곳이 곧 우리가 회복해야 할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필자의 의견이 멈추지 않을 때 필력이 살아난다는 주관적 전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유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2026. 05.

 

대중문화평론가/칼럼리스트/이승섭 시인

실버 올림필 때 송석준 국회의원과.jpg

 

수원본부장 손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