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공무원 인건비 예산까지 손댔다”… 부여군, 재정절벽에 전 부서 예산 일괄 삭감

행정운영경비 15%·시설비 12% 일괄 감액… 문제는 ‘삭감’ 아닌 ‘추진시기 조정’

류남신 취재본부장 2026.08.10 14:40




“공무원 인건비 예산까지 손댔다”… 부여군, 재정절벽에 전 부서 예산 일괄 삭감 행정운영경비 15%·시설비 12% 일괄 감액… 문제는 ‘삭감’ 아닌 ‘추진시기 조정’ (부여군 제공)



[금요저널] 부여군이 심각한 재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예산 감액에 들어갔다.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앞두고 각 부서가 요구한 군비는 당초 2129억원에 달했다.

반면 군이 지방교부세 추가분과 조정교부금, 전년도 이월금,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을 모두 끌어모아 확보할 수 있었던 가용 재원은 432억원 수준이다.

군은 사업의 시급성과 연내 집행 가능성을 따져 세 차례에 걸쳐 요구액을 대폭 걷어냈다.

1차 조정에서 1089억원, 2차 조정에서 824억원까지 줄였고 8월 7일 기준 3차 조정을 거쳐 600억원까지 낮췄다.

당초 요구액에서 1529억원을 줄인 것이다.

그럼에도 가용 재원과의 격차인 168억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는 개별 사업 몇 개를 줄이는 수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군은 남은 부족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 부서를 대상으로 행정운영경비를 15% 일괄 감액하고 각종 시설비도 12% 감액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제2회 추경에 편성된 국내여비와 국외여비, 국제화여비도 전액 삭감한 뒤 향후 재정상황에 따라 다시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에는 각 부서가 시급성이 낮거나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을 스스로 골라 감액하는 방식으로 조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어 결국 모든 부서에 공통 감액기준을 적용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군이 이번 추경을 맞추기 위해 말 그대로 ‘마른 수건을 다시 짜고 있는 셈’ 이다.

이번 조정에는 공무원 인건비 예산 37억원도 포함됐다.

이는 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할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편성된 인건비의 집행 전망을 다시 계산해 당장 사용하지 않을 예산을 최대한 줄인 것이다.

그러나 인건비는 결국 지급해야 하는 필수 경비다.

연말까지 실제 소요액이 부족할 경우 다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운영경비와 시설비는 물론 공무원 인건비까지 조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재정 상황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줄인 예산이 모두 ‘없어진 돈’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 자체를 취소해 앞으로도 돈이 들어가지 않는 실질적인 절감도 있지만, 상당수는 지금 당장 군비를 마련할 수 없어 사업 시기나 군비 부담 시점을 연말 또는 다음 연도로 늦춘 것이다.

쉽게 말하면, 청구서를 없앤 것이 아니라 납부기한을 뒤로 미룬 셈이다.

실제 의회청사 건립, 일반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시설, 각종 체육시설 조성 등 여러 대형사업이 사업 추진 시기나 군비 부담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검토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추경에서 어렵게 세입과 세출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재정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뒤로 미룬 사업비는 결국 다시 부담해야 하고 기존 사업비와 겹칠 경우 향후 재정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현재의 어려움이 올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다.

부여군은 그동안 국·도비 공모사업과 대규모 시설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국·도비를 확보하면 외부재원이 들어오는 장점이 있지만 대부분 일정 비율의 군비가 함께 들어간다.

결산자료를 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부여군 일반회계에서 다음 해로 넘어간 예산은 연평균 1700억원 수준에 달했다.

특히 대규모 시설·투자사업이 포함된 자본지출 분야에서 미집행과 이월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문제는 올해 끝내지 못한 사업은 다음 해에도 계속해야 하고 그 사업에 새로운 공모사업과 투자사업이 추가되면 군비 부담은 겹겹이 쌓인다.

당장은 국·도비 확보라는 성과로 보였던 사업도 시간이 지나면서 군이 부담해야 할 매칭비와 후속 사업비라는 청구서로 돌아오는 구조다.

결국 예산의 몸집은 커졌지만 실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군비는 줄고 과거에 시작한 사업들이 현재와 미래의 재정을 먼저 차지하는 상황이 누적돼 온 것이다.

여기에 재정이 어려울 때 버팀목 역할을 했던 통합재정안정화기금도 2022년 802억원에서 2025년 42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군은 현재 남아 있는 168억원의 부족 재원을 최대한 자체 조정해 이번 제2회 추경을 세입 범위 안에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사업 조정과 순기조정, 전 부서 일괄 감액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족 재원을 줄이고 있다”며 “특정 부서나 특정 사업에 부담을 떠넘기기보다 전 부서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줄인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완전히 없어진 지출이 아니라 뒤로 미뤄놓은 부담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재정 상황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군민 안전과 복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은 최대한 지키고 불요불급한 경비는 끝까지 줄여 제2회 추경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류남신 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