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가 진보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한다. 자유를 증가시키는 것은 테크놀로지였고 자유를 분배하는 능력을 권력이라고 불렀다.”
치밀하고 논리적인 건축가의 시선으로 인류사에 존재해 온 계급 욕망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책이 출간됐다.
건축과 문헌 속에서 찾아낸 단서로 예술과 도시 공간 속 숨은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읽어 온 서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펴낸 이 책은 인류의 직립보행부터 근대 국가와 한국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일궈온 문명의 주요 장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어낸다.
저자는 인간이 집단을 이루며 등장한 문자가 교환의 증거이자 기억의 장치였고, 종교 공간은 소명 의식과 권위를 나타내는 조직과 구조체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바실리카에 고해소가 추가된 방식, 르네상스 건축의 얇은 장식적 표피, 격자형 도시를 실험한 위그노들의 정착촌 같은 사례들을 통해 사회가 공간 속에 권력과 위계를 어떤 방식으로 새겨 넣었는지 보여준다.
책은 ‘자유’의 의미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적음을 가늠하는 양”이라고 정의한다. 기술은 인간의 전체적인 자유를 늘려온 도구였으며, 권력은 그 자유를 분배하는 장치였다고 말하며 인류의 역사는 바로 이 두 힘이 만들어 낸 변화의 기록이라고 본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개인의 자유도가 높아져도 계급 욕망을 향한 과시적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정교하고 치밀한 방식으로 진화하며 건축 장식, 도시 구조, 제도의 언어 속에 위치와 권력을 숨기며 드러냈다.
책은 갈릴레이의 망원경,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 개념에 대한 번역, 유니폼에 깃든 계급 구조, 동서양 건축 속에 숨겨진 표피적 장식, 우리의 정치와 일상의 장례 문화까지 폭넓게 넘나들며 서로 다른 분야의 장면과 당연하게 여긴 제도와 상징이 어떤 역사적 의미와 흔적을 품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역사학자가 바라본 인류사가 아닌 역사 이면과 미시적 사안에 담긴 문화의 계보를 통해 인류의 계급 욕망을 강조하고, 공간과 문헌 속에 남겨진 계급 욕망의 흔적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인간 사회에 숨어 보이지 않는 구조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