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표가 사라졌다”… 6개 시민단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책임 물어 선관위 수뇌부 13명 전격 고발
투표용지 준비는 선거의 가장 기본…
이승섭 연합취재본부2026.06.05 07:18
“내 한 표가 사라졌다”… 6개 시민단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책임 물어 선관위 수뇌부 13명 전격 고발 (인천서구 제공)
[금요저널] 투표소에 갔더니 투표용지가 다 떨어졌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인천 등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리거나, 긴급 인쇄하느라 늦은 밤 10시까지 투표가 연장되는 불편이 빚어졌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투표가 진행 중인데, 다른 쪽에서는 개표가 시작되는 웃지 못할 촌극마저 벌어졌다.
이에 분노한 시민사회가 직접 나섰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국민연대, △정의연대, △법치민주화를위한 무궁화클럽, △의민 특검단 등 6개 시민단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핵심 수뇌부 13명을 직무 유기, 권리행사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전격 고발했다.
고발 13명 대상에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위철환 선관위 상임위원,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 △강동완 선관위 사무처장, △오민석 서울시 선관위원장, △김범진 서울시 선관위 사무처장 등이 포함됐다.
시민단체들은 고발장을 통해 “선관위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임무는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공정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100% 준비하는 것”이라며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사무를 통할하고 하급 기관을 철저히 지휘·감독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일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인정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 바 있다.
선관위 측은 부족 사실을 인지한 즉시 투표용지를 이송해 대기 중인 유권자가 마감 시간이 지나서도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으나, 시민단체들은 이를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참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투표 방해 행위’ 이자 변명의 여지가 없는 관리 실패로 규정했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투표용지 부족은 선거 관리의 가장 기초적인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며 “바쁜 시간을 내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의 권리를 빼앗은 중대한 직무 유기”고 강력히 비판했다.
윤 공동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의 ‘소쿠리 투표’논란 등을 언급하며 선관위를 향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대변했다.
김선홍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장은 “투표율을 자의적으로 예측해 투표용지를 유권자 수의 절반만 미리 준비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단순한 사과를 넘어, 주권자의 참정권을 가볍게 여긴 안일한 태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며 선거의 생명은 공정성과 투명성인데, 이번 사태를 묵과할 경우, 대한민국의 선거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근철 국민연대 상임대표는 “선관위의 무능과 부실이 오히려 소모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을 키우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당장 국정조사를 통해 선관위의 행정 시스템을 뿌리부터 도려내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