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의 신작 장편소설 ‘아코디언’은 2016년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다.
출간 직후 온라인 서점 독자 리뷰에는 “역시 천명관”이라는 반응이 눈에 띈다.
한국전쟁 직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부모를 잃거나 가족과 헤어진 채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의 삶을 따라간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이들에게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총성은 멈췄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폭력과 착취가 남아 있었고, 아이들은 ‘양 목사’가 운영하는 앵벌이 조직 아래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생존을 이어간다.
소설의 힘은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천명관은 이념과 영웅담 대신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아이들의 삶을 비춘다.
작품 속 서울은 총성만 멈췄을 뿐 여전히 폭력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착취하고,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경계해야 한다.
문학평론가 한영인이 표현했듯 이들은 전후 한국 사회의 ‘도시의 유령’들이다.
작가는 그러나 이들을 연민의 대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소년 ‘동이’가 손에 넣은 아코디언과 ‘연이’의 노랫소리는 구걸의 공간을 무대로 바꾸고, 아이들은 비로소 스스로 삶을 연주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가장 연약한 존재로 보였던 아이들에게서 오히려 강인한 생명력과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