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외피를 쓴 거대한 ‘입법 폭거’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는 통치와 의회 권력을 쥔 자들의 안하무인(眼下無人)식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민주주의의 기초 체력마저 완전히 고갈된 혼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행정의 부실을 넘어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을 훼손한 국가적 참사였다. 이로 인해 촉발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의 개표소 봉쇄 시위가 20일을 훌쩍 넘겨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으며, 광장에 모인 수많은 젊은이들은 “부정선거 재선거”, “100% 수개표 도입”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이들이 무더위 속 뙤약볕 아래에서 광장으로 나선 이유는 단 하나다. 국가의 근간인 선거제도의 신뢰성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무조건적인 일방통행으로 사태를 뭉개고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빼앗긴 국민들의 분노와 절규를 향해 정부와 거대 여당은 철저한 무시와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다수당이라는 의석수의 깡패 같은 논리를 앞세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며 입법 폭주를 거듭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중무인(眼中無人)이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한 권력의 극치다.
►상임위 독식과 민주적 협치의 실종: 승자독식의 괴물들
국회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공간이기 전에, 소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숫자가 곧 정의요 법이라는 오만한 논리 아래, 다수당이 국회의 핵심 상임위원장을 모조리 가져가며 상대 진영을 철저히 무력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정치가 수십 년간 쌓아 올린 ‘협치’와 ‘견제와 균형’의 전통을 단칼에 베어버린 민주주의의 후퇴다.
상임위원장 전석 독식은 법안의 상정과 심사, 통과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거대 여당의 입맛대로 주무르겠다는 노골적인 독재 선언이다. 야당과 소수 세력의 견제가 불가능해진 국회는 더 이상 민의를 수렴하는 전당이 아니라, 정권의 하청기지이자 일방적인 입법 제조 공장으로 전락했다. 국민이 부여한 다수 의석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라는 면죄부가 아니라, 더 큰 책임감으로 국가를 통합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이를 망각하고 다수의 힘으로 소수를 짓밟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탈을 쓴 ‘의회 독재’에 불과하다.
►잠실 광장의 절규와 청년들의 분노: ‘물러설 곳이 없다’는 선언
정치권이 여의도라는 권력의 요새에 갇혀 밥그릇 싸움과 입법 폭주에 눈이 멀어 있을 때, 잠실 개표소 앞을 메운 젊은이들의 절규는 대한민국 물권(物權)과 정권의 정당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를 하지 못했다는 이 황당하고 참담한 팩트 앞에, 국가 선거를 책임지는 선관위와 이를 비호하는 정권은 단순한 ‘행정적 실책’이라며 꼬리를 자르려 한다.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도 드러나듯, 2030 청년 세대의 60% 이상이 ‘전면 재선거’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민심의 분노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명백히 보여준다.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도리어 “100% 수개표”와 “당일 투표 전환”이라는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투명한 방식을 요구하는 역설을 보라. 이는 정권과 선거 관리 당국이 제공하는 시스템과 해명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는 극단적 불신의 표현이다.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고 국가적 혼란을 수습해야 할 정권과 여당은 도리어 광장의 목소리를 ‘철 지난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극단 세력의 선동’으로 치부하며 갈라치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국민의 정당한 분노를 폭력과 불법 시위로 몰아세우며 공권력으로 누르려는 태도야말로, 이 정권의 눈에 국민이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국민을 지운 정치는 반드시 파멸한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듯 오만한 권력의 끝은 언제나 파멸이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 다수의 힘에 취해 소수의 목소리를 압살하는 정당은 일시적으로 승리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 민심의 거대한 심판을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는 일방독주는 국민을 섬김의 대상이 아닌, 자신들이 통제하고 가르쳐야 할 피치자(被治者)로 보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헌법 제1조가 선언하듯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잠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년들의 뜨거운 분노를 진압의 대상이나 외면할 소음으로 여기는 순간, 그 권력의 유통기한은 끝이 날 것이다.
►지도자들과 거대 여당에 엄중히 따져 묻는다.
당신들이 그렇게 외치던 민주주의는 오직 당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이었는가. 국회의 상임위를 독식하고, 법안을 단독 처리하며, 선거 부실에 분노하는 청년들을 외면하는 그 오만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두렵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독주를 멈추고 광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정조사든, 전면적인 수개표 도입이든, 책임자 처벌이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진상 규명과 협치의 무대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다. 민심의 거대한 파도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그 배를 한순간에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는 엄중한 역사적 진실을 똑똑히 기억하라.
2026. 07. 01.
대중문화평론가/칼럼니스트/이승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