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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서, 좀처럼 ‘자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나무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책이다. 목재는 습도 조절 기능이 뛰어나고 단열성이 높으며 생태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이다. 인간과 가장 친근한 재료이면서 재생 가능한 소재다. 석유, 철광석, 비철 금속 등은 파내 쓰면 쓸수록 고갈되지만, 나무는 가꿀수록 계속 자란다. 영림목재 주식회사 이경호 회장은 2010년 5월 지역신문에 쓴 칼럼에서 “숲 가꾸기 산물로 나오는 목재류를 이용해 하천 건설이나 토목용재로 쓴다면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이며, 목재를 물속에 저장하는 것은 도시의 숲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각종 개발사업에 목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회장의 16년 전 제안은 기후위기 시대가 본격화된 지금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절실한 제안이다. 이 회장은 목재를 도시공간에서 내구성을 부여해 유용하게 사용하면 100~200년까지 사용할 수 있고, 다시 조림한 숲에서 2~3회(생장 기간 50년 기준) 목재를 생산한다면 도시 공간의 탄소 저장량은 지속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콘크리트로 덮인 회색 도시가 아닌 저탄소 생태 도시를 꿈꿔 왔다. 이경호 회장은 십수 년 동안 여러 언론사 칼럼을 통해 나무와 목재, 목재산업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열정, 연구 결과를 드러냈다. 칼럼 110편을 엮은 책 ‘나이테 경영, 나뭇결 나눔’의 1부 ‘나이테처럼 쌓아온 경영’은 이처럼 목재산업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사점을 던지는 글들로 가득하다. 특히 저자는 여러 글을 통해 콘크리트와 철근에 둘러싸인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친환경적 ‘한국형 목조주택’을 꾸준히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우리나라 주거 양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경호 회장은 2010년 7월에 쓴 글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한 설계와 자동화된 목공기계라인을 활용한 ‘프리컷’(Pre-Cut)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등으로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목조주택 건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시점에서 일본은 연간 40만~60만가구에 달하는 목조주택을 짓고 있다고 한다. 이경호 회장은 윈스터 처칠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은 건물을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건물이 우리를 만들어 간다”며 “건강한 숲 경영,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목조건축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2017~2020년)을 지냈으며, 문화예술 후원자로도 지역 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이경호 회장의 글에는 나무 이야기만 실리지 않았다. 중소기업인으로서의 경영 철학(2부 ‘나무의 언어, 경영을 닮다’), 문화와 삶 이야기(3부 ‘나뭇결 따라 흐르는 삶’),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임기 때의 나눔 실천과 재난 대응(4부 ‘나눔으로 잇는 사회’), 인천에 대한 애정(5부 ‘인천, 사람, 그리고 기억들’)이 담겼다.
미국의 심리학자 웨인 다이어가 전하는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로 사는 법’에 관한 책이 출간됐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이자 CNN과 포브스가 극찬한 스테디셀러인 이 책은 누적 1억 부를 넘게 판매한 웨인 다이어 작가 철학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타인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며 살아간다. 타인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잣대는 학교나 직장 같은 현실에서는 물론이고 현대 사회에서는 SNS와 같은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확대돼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엄격한 잣대로 자신을 바라본다. 편안한 안식처여야 할 가족 간에도 기대와 역할 때문에 자신의 삶을 뒤로 미룬 채 서로 눈치를 보기 일쑤다. 웨인 다이어는 이 고질적인 함정을 한 문장으로 통찰한다. “행복도, 자유도, 자기 존중도 모두 타인의 눈치와 비교를 끊어낼 때 시작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총 10장에 걸쳐 인간이 흔들리는 원인을 진단한다. 이후 사고 전환, 행동 변화까지 나아갈 수 있는 단계를 체계적으로 제안한다. 먼저 ‘자유’의 개념을 재정의하며 시작하는 책은 “자유는 주어지는 환경이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고 회수해야 할 권리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과거에 대한 후회나 두려움 같은 감정들이 현재의 발목을 잡는 과정을 분석하며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집착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또 현대인의 핵심 결핍으로 꼽을 수 있는 ‘비교’와 ‘인정 욕구’를 두고, 상대방의 부당한 요구에 휘둘리지 말고 단호하게 자기 의사 표현하기, 타인에게 심리적 거리두기 등 현실적인 솔루션도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는지 심리적 기제를 짚어내고, 비교, 죄책감, 인정 욕구 등 스스로를 옥죄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미국과 중국은 왜 저토록 대립하는가.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이제 강대국의 갈림길이 제4차 산업 첨단 기술의 확보에 달려 있다. 누가 더 많은 첨단 기술을 차지해 미래 강대국 지위를 장악할 것인가. 첨단 소재와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양자, 합성생물학 등이 국가안보와 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인식된다. 저자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학자로서 2004년 ‘산업기술보호법’의 제정에 깊이 참여했다. 이후 20여 년 동안 강의와 논문, 보고서 등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기술의 보호와 산업보안 인력의 양성에 천착해 왔다. 책은 모든 외국투자가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섬뜩한 경고를 던진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큰 이슈가 된 일이 있었다. 세계 2위의 한국기술을 인수한 중국자본이 IT 기술만 빼내고는 감원에 나선 사건이다. 그간엔 유치 경쟁을 벌였던 외국투자다. 그러나 기술 패권 전쟁의 시대에서는 유치한 국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례다. 미국이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첨단 기술의 통제에 나선 것은 중국의 경제력과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천인계획’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민군 융합기술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자들이 ‘천인계획’에 포섭된 사건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올 3월 기준 13개 분야 75개 국가핵심기술, 45개 분야 128개 방위산업기술, 4개 분야 17개 국가첨단전략기술을 지정해 놓았다. 그러나 저자는 주요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첨단 기술 및 인프라의 보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안보와 국익의 차원에서 기술 보호와 외국 투자를 판단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가칭) 외국의 투자와 국가안보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차가운 얼음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가 출간됐다. 김곤 작가의 신작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는 우리가 평소 스쳐 지나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사유로 가득 차 있다. 김 작가의 글은 많이 잊히고 있는 서정적인 문체와 감성이 담긴 표현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책의 제목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시원한 음료의 대표주자인 아이스아메리카노에서 따뜻함을 발견하는 역설을 담는다. 저자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카운터에서 직원이 컵을 씻을 때 음료를 차갑게 유지하는 역할을 다한 얼음이 버려지는 모습을 보고 제 한 몸 희생하고 끝내 하수구로 흘러가는 얼음을 따뜻하게 느낀다. 저자의 글은 어느새 익숙해져 존재감을 잊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감사를 상기한다. 평소 산책을 통해 사유하기를 즐기는 저자는 지나칠 법한 광경에 주의를 기울여 그 안에 담긴 온기를 발견한다. 길에 버려진 먹다 남은 음료에서도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따뜻하고 순수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신에게 더 집중하면서 오히려 주변을 둘러볼 줄 모르는 사회로 심화된 냉정한 세상에서 저자는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되찾고자 한다. 인스턴트 식품의 가벼운 맛과 같은 삶에 필요한 것은 다정한 손길을 거친 깊은 관계다.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보내야만, 수첩에 고이 적은 전화번호를 하나하나 눌러야만 연결됐던, 정성을 들인 관계가 떠오르는 책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제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이런 가정에서 생활하게 만든 엄마, 아빠가 벌 받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제대로 양육하지도 않는 부모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제가 벌을 받아야 해요?"(본문 중에서)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는 1년간의 소년부 업무를 마칠 즈음, 소년재판 및 보호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관심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품게 됐다. 비행 청소년에 관한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이 생각보다 크고 깊은 현실에서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년사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년재판, 소년사건에는 담당 판사 한 사람만이 아니라 여러 기관과 관계자가 촘촘히 연결돼 있다. 법원 소년부 참여관과 조사관, 청소년회복센터 관계자와 정신심리전문가 국선보조인 등 모두 하나같이 부모보다 더 가까이 밀착해 보호소년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속얘기에 귀 기울이면서 함께 울고 웃는 이들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의 소년재판과 위기 청소년 실태를 입체적으로 알아 가려면 오랫동안 위기 청소년들과 함께해 온 소년사건 관계자들의 관점과 목소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소년재판에 관해 좋은 책이 이미 여러 권 나와 있음에도, 류 판사가 굳이 다양한 현장 관계자의 관점과 목소리를 담은 책을 기획하고 집필에까지 적극 참여한 이유가 여기 있다. 책에는 류 판사를 비롯한 16명의 소년재판 및 소년사건과 관계된 저자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속 기관과 담당 업무, 삶의 배경이 모두 다른 16명의 저자들은 일관되게 ‘비행 청소년을 우리 곁에서 단호히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 목소리를 낸다. 격리와 배제가 소년 사건의 해결책으로 내세워지면 결국 문제가 심화되고 악화돼 악순환의 무한 반복에 갇히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자들은 "우리의 곁을 내주고 우리가 곁이 돼 줘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비행 청소년들 대부분은 잘못을 저질러 놓고 어쩔 줄 몰라 하며 후회하는 미숙한 아이들로, 그들의 손을 놓아 버렸을 때 그들은 또래들까지 더 큰 범죄로 끌어들이며 집단화·흉포화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 판사는 "우리 모두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비행 청소년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 사회에서 격리하고,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라며 "우리 사회에는 ‘곁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데,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미국의 최고 아동 문학상으로 꼽히는 ‘뉴베리 아너’를 수상한 작품 ‘파이팅워즈’가 한국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파이팅워즈’는 작가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에게 전작 ‘맨발의 소녀’에 이어 두 번째 뉴베리 아너를 안겨준 작품으로, 나쁜 어른들에게 상처받고 고통받은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파이팅 워즈’는 출간 직푸부터 각종 매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뉴베리 아너는 물론, 보스턴 글로브의 ‘혼북 아너’와 ‘골든 카이트 아너’ 상을 단숨에 거머쥐었다. 작품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두 자매에게 보호자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내세워 은밀하고 교묘하게 성적 학대를 자행하는 ‘그루밍 성범죄자’의 민낯을 들춰낸다. 작가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끔찍한 일을 겪고도 누군가에게 드러내 놓고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지를 알리는데 집중했다. 또한 피해자 주변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데, 이를 통해 자극적 이야기를 풀기보다 사건 이후 두 주인공 자매가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거칠거나 폭력적인 단어나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두 자매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주변인들이 건네는 따뜻한 시선과 말들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이를 통해 타인을 향한 ‘선한 영향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지난 5월 말 출간한 ‘식물에 관한 오해’(위즈덤하우스 刊)는 식물 세밀화가이자 16년 넘게 식물을 관찰해 온 원예학 연구자인 이소영 저자가 깨달은 식물에 관한 편견을 되짚은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꽃과 나무의 세계에 접근하며 인간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민들레를 보며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났다고 가여움과 대견함을 느낀다. 저자는 틈새라는 공간을 다시 살펴보라 말한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아래에는 흙과 모래가 펼쳐져 있어 식물이 뿌리내리기에 무리가 없고, 주변 경쟁 식물이 없기에 도시살이를 하는 식물엔 최선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식물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인한 존재가 아닐까. 한자리에서 수백 년을 거뜬히 사는 느티나무, 영하 60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수꽃다리속 식물은 물론 라일락을 정원에 심고 관리하는 사람보다 그 옆의 나무가 더 오래 살아갈 확률이 높다. 식물의 생존전략 역시 알수록 흥미롭다. 도깨비바늘, 우엉과 같은 식물은 동물의 털에 잘 붙기 위해 씨앗이 가시나 갈고리 형태로 진화했다. 이러한 전략은 인간에게 발명의 아이디어를 주며 운동화부터 국제우주정거장의 장비까지 널리 이용되는 ‘벨크로’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총 4부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능동적인 관점에서 식물의 지혜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전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인천 지역 여성폭력 추방 운동 30년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권위주의 국가 체제가 종식돼 가던 1990년대 초 비로소 여성운동은 민주화운동의 한 부문이 아닌 고유의 과제를 가진 독자적 영역으로 분리됐다. 1980년대 신군부 정권이 조성한 폭압적 사회 환경 속에서도 "아내 폭력은 부부 사이에 발생하는 사적인 일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가정의 민주화와 사회의 민주화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민족·민주운동 과제가 긴급한 것 못지않게 아내 구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여성폭력 문제가 본격적인 사회 의제로 떠오른 건 민주화 이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1994년 1월 여성폭력 근절 운동을 펼치는 여성단체 '인천여성의전화'가 창립했다. 1990년 인천민중연합이 개최한 여성교실 수강생들이 수료 후 만든 여성학 소모임 회원이던 20~30대 초반 여성들이 주축이었다. 아내 폭력과 성폭력 같은 은폐된 폭력의 피해 사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절실한 수단이 '전화'였다. 인천여성의전화 창립 첫 해에만 776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후 여성폭력 상담의 제도화로 인해 성폭력상담소와 가정폭력상담소 간판도 달게 됐으며, 이들 상담소는 2000년대 들어 제도 변화에 따라 상담 활동은 유지한 채 '폐소'하기도 했다. 1996년 심각한 가정 내 폭력에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에 대한 구명 운동을 시작하고 확산했으며, 이는 1997년 11월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의 씨앗이 됐다. 책은 인천여성의전화 창립과 가정폭력·성폭력 추방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한 '1993~2002년'(1장), 그 활동을 성매매·이주여성 인권 운동으로 확장한 '2003~2017년'(2장), 반성착취 운동과 이주여성 인권·공동체 운동을 정착시킨 '2018~2023년'(3장)으로 나눠 구성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인천의 대표적 성매매업소 집결지였던 일명 '옐로우 하우스'로 들어가 업주들의 위협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성매매·탈성매매 여성 지원 활동을 당사자와 함께 펼쳤으며, 이후 관련 활동은 인권단체 '인권희망 강강술래'로 독립·이관했다. 결혼 이주 여성과 연대해 이들의 공동체 형성을 도왔다. 2010년대 후반부터 여성운동의 주체로 떠오른 2030세대 여성들, 이른바 '넷페미'와의 만남을 '신상과 고물상의 만남'으로 표현한 대목이 눈에 띈다. "오래된 부대에 새 술을 담은 것 같다"는 이들의 만남은 여성 혐오 근절, 반성착취 운동으로 기존 운동과는 다른 방식의 도전을 가져8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22년 성, 인종, 국가 등의 경계를 넘어 연대하고 성평등을 이룩한다는 취지로 '한국여성인권플러스'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그렇게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여성운동의 싹을 틔웠다. 이 책은 한국여성인권플러스가 기획했고, 인천여성의전화 창립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박인혜 한국여성인권플러스 성평등정책연구소장이 글을 썼다. 전설적인 여성 가수 패티김이 인천여성의전화 초창기 후원 공연을 열어 운영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아주 가끔, 무심코 들른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그림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일 때가 있다. 때로는 작품이 내뿜는 에너지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이 감정을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술칼럼니스트 강태운은 "그림이 나에게 보여 준 환대"라고 넌지시 정의내린다. 신간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에서는 그림이 건네는 환대, 즉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사유의 시간을 아름답게 파헤친다. 저자 강태운은 나혜석, 천경자, 김환기, 장욱진을 비롯해 프리다 칼로, 폴 고갱, 마크 로스코 등 국내외 미술 작품을 대면하고서 찾아온 여러 감정을 담담히 써내려 간다. '화삼독(畵三讀)'은 저자가 역설하는 그만의 그림 독법이다. 그림을 읽고, 작가와 그 시대를 읽고, 마침내 나를 읽는 다층적인 과정이다. 그러다 보면 마침내 그림이 보여주는 환대를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 그림은 내가 의심하고 적대할 때도 환대를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림은 당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전한다. 거장들의 작품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작업은 이내 자기 자신으로 수렴한다. 나혜석의 '자화상(1928년 추정)'을 마주한 뒤 저자는 "나혜석과의 만남은 속내를 털어놓고 속 시원히 떠나려던 나를 돌아서게 한다… 미래를 아는 사람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미래는 지나온 길에서 찾을 수 있는 정직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어쩌면 그림을 본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인공지능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인공지능 문해력을 키우고 새로운 문법을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언어에 문을 걸어 잠근다면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13p ‘미래언어, 답은 인간에게 있다’ 중에서)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위원이자 세계적 언어학자인 조지은 교수가 AI를 마주한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 언어’를 제시하는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미래 언어를 ‘AI와 협력해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규정하고, 이 미래 언어의 도래가 단순한 학문의 영역을 넘어 경제, 경영, 교육 그리고 사회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한다. 이메일 쓰기, SNS로 대화하기, 코딩하기, 보고서 쓰기 등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투했다. 저자는 AI가 이미지와 영상을 이용한 의사소통에서도 널리 쓰이고, 곧 언어의 99%는 AI의 영향 아래서 소통될 것이라 내다본다.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이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그렇지 못한 이에게는 심각한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우리가 곧 마주하게 될 언어의 미래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한국어 단어의 영어 사전 등재, ‘콩글리시’의 세계 공용어 부상 등 언어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을 통해 AI 시대 언어의 유동성과 융합성을 실감나게 전한다. 특히, 한글로 만들어진 한류의 언어가 세계 공용어로 부상하는 현상은 언어의 경계가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단순한 미래 예측을 벗어나 경영인과 직장인들에게 기업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통찰을 제공한다. 더불어 ‘AI 네이티브’로 성장하고 있는 자녀의 학부모들에게 장차 AI가 교과 시스템 및 입시에 미칠 영향을 가르쳐주는 한편, 과도하게 AI에 의존하는 일을 경계할 것을 경고한다. 저자는 AI의 편리함이 우리에게 ‘양날의 검’과 같다고 비유한다.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가적 감정을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한다. 과거에는 언어의 차이가 인류를 분열시켰지만 이제는 AI 번역 기술로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점을 들며,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기회임을 강조한다. 이와 동시에 AI가 생성한 텍스트와 인간이 만들어낸 텍스트를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정보의 신뢰성 문제와 인간 고유의 창의성 퇴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음을 꼬집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전한다. AI가 언어의 99%를 점령하더라도, 나머지 1%의 ‘인간다움’이 우리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AI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 문화적 이해, 창의적 표현 등 인간다운 1%를 찾아 우리가 AI 시대를 주도적으로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2020년 『시현실』로 등단한 김결 시인이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달아실 刊)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79번으로 나왔다. 시집에 적힌 그의 이력은 이름만큼 간결하다. “시인 김결은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2020년 『시현실』로 등단하였다. 현재 김해시청에서 일하고 있다.” 시집에 적고 있는 시인의 말 또한 간결하고 발랄하다. “당신은 어디쯤입니까? 우연의 시간 속에서 순간의 풍경 속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늦은 안부를 묻습니다. 미루나무 작은 잎 고요한 흔들림 속으로 당신, 같이 가실래요?” 알쏭달쏭한 시집의 제목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시집을 여는 첫 시 「또는, 눈사람의 기분」에서 따왔다. 우리는 텍스트예요 주기적으로 폭발하죠 사월에 눈이 내리기도 하고요 당신은 여전히 모르는 사건으로 남았죠 제발 얼룩을 읽어 주세요 들끓던 용암을 가라앉히는 오늘 눈 내린 불면에 로그인을 하고 거울 속의 분화구를 외면합니다 숱한 넷플릭스의 드라마와 마주하죠 바닥에 웅크린 나의 주인공이 사월에 내린 눈처럼 녹고 있고 대답할 의무도 없이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사월의 눈과 여전히 모르는 당신에게 잠시 머물던 내가 눈사람으로 녹아 가죠 질 때 더 붉은 당신을 오려 붙여 텍스트를 읽는 내 눈동자가 젖어듭니다 날이 저물어요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 계절의 터미널에서 갓 내린 커피를 마셔요 나를 저울질하며 주문을 걸죠 사월은 불타오르거나 녹아내리고 소리 없이 모란이 다녀가고 떠난 이와 남은 자가 일으켜 세운 터미널만 남았죠 이제 나는 누구인가요 ― 「또는, 눈사람의 기분」 전문 해설을 쓴 나호열 문학평론가는 이번 김결의 시집을 “공극(孔隙)의 슬픔과 스며듦의 미학”이라 규정하면서 이렇게 평한다. “김결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기의(記意)를 해체하는 독특한 발화(發話)를 통해 의식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을 더듬고 스스로를 위무하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 마치 부손(蕪村)의 하이쿠 「거면居眠」, ‘꾸벅 졸면서/ 나에게로 숨을까/ 겨울나기여’처럼 결코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생의 고독함을 이겨 내기 위해 또 다른 타자인 자신의 의식 속으로 스며드는 독백인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존재 간의 공극―결코 결합될 수 없는 간극―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얼마가 적당할까 사랑하다가 한날한시에 같이 묻혀도 간극은 있다 ― 「공극」 부분 그러니까 이번 시집은 ‘(낡은) 당신들’과 ‘(두려운) 나들’ 사이의 ‘공극’(결코 결합될 수 없는 간극)이 변주하고 있는 세계의 다양성을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나와 당신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의 음표, 불협화음의 템포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질서정연한 의식에 파문이 이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또한 일독을 권한다. ■ 작가 소개 시인 김결은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2020년 『시현실』로 등단하였다. 현재 김해시청에서 일하고 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떨어진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요즘이다.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과는 달리 글자는 읽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기본적인 일상생활부터 직장에서의 업무력을 높이는 데까지 문해력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그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휘의 정확한 뜻과 표현의 쓰임새를 아는 것이 우선이다. "맞춤법을 이토록 유쾌하게 설명한 작가는 없다"라는 찬사를 받은 이주윤 작가가 신간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을 펴냈다. "글을 읽었는데 머리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상황에 맞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게 된다"는 이야기가 모두 나인 것 같다면, 문해력 비상등에 불이 들어온 상태다.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은 뉴스나 일상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헷갈리기 쉬운 어휘와 표현을 엄선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 애매하지만 막상 정확한 뜻을 잘 모르는 표현, 발음이 비슷해 착각하기 쉬운 어휘들이 담겨있다. 책은 첫 단계에서 어휘의 뜻을 자세히 풀어 전달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 본문의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해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OX퀴즈'와 함께 제대로 어휘를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복습하는 과정을 거친다. 본문에 담지 못한 '헷갈리기 쉬운 표현'은 부록으로 알차게 실었다. 또 "헐. 대박. 진짜"로 모호하게 감정을 표현해 왔다면, 감정어휘 코너에서 내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어휘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