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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활자판 충주맨’ 철밥통 속 이야기 꺼내다

정글 같은 공직 사회서 살아남은 작가, 30년 샐러리맨 생존기에 ‘인생철학’, “안락 취해 바깥 보는 법 잊어선 안돼”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2026.04.17 14:02

 

[철밥통 일기/ 공노비 지음.

바른북스 펴냄. 240쪽. 1만3천90]

책이 무척 재밌다.

공무원이 쓴 책이다.

미사여구 없이, 공직생활 일화를 차분하게 풀어냈을 뿐인데 240여 페이지가 ‘훅’하고 읽힌다.

30년차 간부공무원이 썼는데 책이 젊다.

흔한 회고록처럼 맥락 없이 분량만 채워넣은 게 아니다.

백미를 따로 꼽기 힘들 만큼 한 토막 한 토막이 예술이다.

높으신 분을 수행하며 부득이 도로변에 차를 대고 함께 ‘볼일’을 보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에 물세례를 끼얹어드린 기억(ep.

서부간선도로의 바람), 상사들과 회식 때 사슴피 섞인 독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대리차량 안에서 사슴핏물을 토해 응급실 앞에 내려졌던 경험(ep.

붉은 오해) 등은 시트콤을 연상케 한다.

핵심 브레인부서에 근무하며 인정받다가 시장이 바뀌고 ‘전임 시장의 사람’으로 몰려 한직으로 쫓겨날 때 일화에선 인간적 비애가 느껴지고, 동고동락하던 공직자들의 정치성향과 특정정치인 친분관계 등이 적힌 블랙리스트를 발견했을 때 일화는 간담을 서늘케 한다.

큰 틀은 공직사회를 따라가지만, 책에는 평범한 샐러리맨의 생존기가 관통한다.

정글같은 조직에서 살아남은 작가의 인생철학이 모든 에피소드에 묻어 있다.

그래서 가볍지 않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데 책에는 ‘공노비’라는 필명만 있다.

그는 다만 서울토박이로 태어나 연고도 없는 수도권 도농복합도시 9급으로 공직을 시작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또 자신의 책은 ‘성공한 공직자의 영웅담’이 아니라 ‘철밥통의 껍데기를 벗겨낸 맨살의 기록’이라고 스스로 낮춘다.

‘활자판 충주맨’이라 표현해도 될 만한 이 재능 넘치는 책은 삭막한 관공서건물 뒤에 숨겨졌던 사람냄새를 내뿜으며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이승섭 연합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