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위기┃크리스토프 엥게만 지음. 김인건 옮김. 헤이북스 펴냄. 216쪽. 1만7천원
현대사회에서 우리를 둘러싼 풍경을 바라보면 책이나 텍스트를 읽기보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무언가를 듣는 데 더욱 익숙해진 듯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구술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AI는 쉬지 않고 읽고 있다.
독일의 미디어 학자 크리스토프 엥게만은 이런 오늘날의 모습을 정면으로 파고들어 분석한 결과를 ‘읽기의 위기’에 담았다.
엥게만은 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풍경을 ‘가상 대학’이라 부른다.
누군가가 먼저 책과 텍스트를 꼼꼼히 읽고, 청중에게 그 내용을 요약하고 풀이해 들려준다.
청중은 듣지만 읽지는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미디어 기술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현상임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결론은 비관적이지 않다.
엥게만의 분석은 변화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AI가 읽고, 유튜버가 대신 읽어주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은 사라지는 기술이 아니라 더욱 희소해지는 핵심 역량이 된다.
대규모 언어 모델에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평가하는 능력도 결국 텍스트를 깊이 읽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스스로 읽어야 할까?’ 책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를 다시 책 앞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