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덫, 오보와 가짜뉴스, 양상우 / 인물과사상사 / 260쪽
디지털 기술의 범람 속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릿해진 ‘탈진실(Post-truth) 시대’에서 가짜뉴스가 뉴스 시장의 메커니즘을 타고 사회적 진실로 둔갑하는 현상을 낱낱이 해부한 책이 나왔다.
언론인이자 경제학자인 저자는 가짜뉴스를 단순한 정보 오류나 특정 집단의 일탈로 보는 기존 시각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적용할 수 있는 역사적 통찰과 언론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왜 거짓을 믿고 싶어 하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통해 독자들을 성찰과 지적 각성의 길로 인도한다.
책은 거짓 정보의 시작은 ‘언론’이 아닌 ‘인간’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흔히 거짓 뉴스가 외부에서 주입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을 정해두고 있으며, 정보는 그 욕망에 따라 선택적으로 소비되고 해석된다는 것이다. 즉, 왜곡된 진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첫 번째 순간은 정보를 생산할 때가 아닌 수용자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때 거짓의 가장 큰 에너지원은 인간의 확증편향이다. 우리는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의심을 떨치지 못한다. 게다가 위험한 거짓일수록 눈에 보이는 ‘새빨간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교묘하게 닮은 형태로 둔갑해 이것이 인간의 확증편향과 만나 더 널리 퍼지고 오랫동안 진실 행세를 하며 더 큰 폐혜라는 결과를 낳게된다.
저자는 오보 역시 특정 기자의 실수나 무책임 혹은 부도덕성에서 비롯된 일탈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역시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뉴스 시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정보를 독점하는 권력과 자본은 여론을 형성해 사람들로부터 지지와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유혹에 늘 노출돼 있음을 지적하며 조작된 정보나 선택적으로 공개되는 정보가 ‘힘’과 ‘돈’ 있는 이들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된 현실에 대한 경고도 알린다. 또 거짓된 정보를 검증하지 못하는 언론과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 정보 민주화의 역설이 발생하는 원인도 파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