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저널] 서울시교육청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수일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박강산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을 향해 “정치적 편가르기로 교육예산 편성이 파행을 빚고 있다”며 작심비판에 나섰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박강산 부위원장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올해 제2회 추경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등 4건이 교육위원회에 이어 지금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보류 중이다.
앞서 서울시 교육청은 3조 7,337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이전금 등으로 발생된 추가세입 3조 7천억원 중 약 1조원은 관내 학교의 신·증설과 시설개선에 사용하고 2조 7천억원 가량은 기금으로 적립한다는 것이 이번 추경의 골자이다.
시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안에 따르면, 22년 상반기 발생한 추가 세입은 중앙정부 이전수입 2조 4,561억원 서울시 이전수입 1조 670억원 전년도 이월금 및 기타수입 등 2,105억원 가량이다.
세출예산안은 공무원, 계약직 교직원 등 인건비 304억원 학교운영비 1,094억 교육사업비 5,109억원 시설사업비 3,088억원 기금전출금 2조 7천억원 등이다.
당초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약 나흘간 추경 예비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회 위원들의 보이콧으로 25일 추경안과 기금운용계획안 등 4건의 안건을 모두 ‘보류’하고 예결특위로 심사를 넘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에 의하면, 시교육청 추경안 심사를 위해 교육위원장이 소집한 간담회에 국민의힘 소속의원이 전원불참했다.
불참한 의원들이 그 시간 모의원연구실에 모여 별도로 대책을 논의하면서 의회 내에서는 ‘다수를 내세워 위원장을 패싱하는 오만한 실력행사’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지난 7월 28일 성명서를 통해 고광민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추진 근거가 불명확한 부실예산의 전형”이라며 “교육청이 추경안을 자진 철회 후 다시 제출하라”며 심사 거부의 변을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표면적으로 문제삼고 있는 것은 세입예산의 70% 가량을 기금으로 적립한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세입이 많다고 불요불급한 곳에 예산을 모두 소진하는 것’이 오히려 추경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의힘이 정치적 진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없이 ‘추경불가’라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2조 7,000억원 규모의 기금적립을 문제삼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교육현장의 현안은 뒷전인 채 내편네편 가르는 구태정치’라고 일갈하고 교육부의 지침과 예산편성의 절차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부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시행규칙’개정 당시 교육부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지방교육재정 운용을 위해 교육청별로 ‘재정안정화기금’을 설치·적극 활용함으로써 세입여건에 따라 매년 변동하는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사전 절차 이행 없이 단시간 내 신규사업을 급조해 2조 7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부분 불용처리 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졸속편성 하기 보다 기 추진 사업에 필요한 만큼의 예산을 증액하고 잔여 예산은 미래 투자를 위한 기금에 적립하는 것은 효율적 예산 편성에 부합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BTL 사업의 조기상환 주장 역시 민자사업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 교육청의 잔여 상환액은 약 6천 억원 정도인데 원금은 서울시 교육청이, 이자는 교육부에서 시교육청으로 내려주는 구조이다.
원금을 조기상환할 경우 협약상 이자지출과 조기상환 수수료 문제가 남게 된다.
또한 이 경우 기 체결된 민자사업자와의 협약 변경의 귀책사유는 교육청이 떠안아야 한다.
박강산 부위원장은 “정부의 세수 추계 부실과 정부 2차 추경으로 인한 초유의 비현실적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세입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에게만 편성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정부 책임을 서울시교육청에 전가하는 정치논리”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6조 원이 넘는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추경안은 계수소위 구성도 하지 않은 채 단 3명이서 졸속으로 빠르게 처리한 것에 반해, 교육청 추경 심사 재개를 위해 위원장이 개최한 간담회에 일방적으로 불참하는 등 지극히 상식적인 요청마저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시민의 대표기관이 아닌 오세훈 시장의 거수기를 자처하는 행위라는 점도 덧붙였다.
끝으로 박강산 부위원장은 “교육자치는 일반행정으로부터의 독립, 중앙으로부터의 독립,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는 말과 함께, “지금이라도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분을 되새겨 시민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일하는 의회 위상을 되찾고 추경안 처리를 통해 미래세대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