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이 연일 터지면서 공직자(공무원+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이해충돌(利害衝突 Conflict of Interest)을 방어하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해충돌은 업무를 담당하는 '개인의 이익'과 공정한 업무를 통한 '조직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입니다. 즉,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는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입법안의 골자
정부 입법안으로 국회에 여러번 제출된 이해충돌방지법의 핵심은 직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할 경우 최대 7년 이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비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로 부당 이득을 취했을 때는 이를 전액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고요. 적용대상은 청탁금지법처럼 국회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하는 공직자가 모두 포함될 예정입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10 여 년 전에 현행 청탁금지법에 포함시킬 예정이었으나 정치인들이 각종 지역 고충민원 처리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국회에서 쏙 빼는 바람에 여태껏 법제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공정한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이해충돌 유혹이 공직사회에 만연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공직자가 자신·가족·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면 이해충돌이 되겠지요. 직무 관련자로부터 부정하게 돈을 빌리거나 부동산 거래를 통해 사익을 얻는 것도 해당됩니다. 직무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과 부동산 거래로 이익을 얻는 것도 이해충돌에 걸립니다.
□최근 이해충돌 위반 사례
LH임직원들의 부동산투기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부동산 거래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관할 재개발구역 내 건물을 사들여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에 대해 국민권익위가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민권익위는 올해 3월 15일 전원회의를 열어 성장현 구청장이 '서울특별시 용산구 공무원 행동강령' 5조인 '사적 이해관계의 신고 등'의 조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성장현 구청장은 2015년 1월 한남뉴타운 4구역 재개발조합 설립을 인가한 뒤 같은 해 7월에는 이 구역 내 다가구주택 건물을 약 20억 원을 들여 자신과 두 아들 명의로 매입했습니다.
또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덕흠 국회의원과 그 가족들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들이 국토부 산하기관들로부터 공사 수주와 신기술 사용료 명목으로 1천 억 여 원을 지급받은 것도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박덕흠 의원과 가족 기업들이 피감기관인 국토부·서울시 산하기관에서 400억 여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부패방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바 있습니다.
□외국의 이해충돌 방지규정
한편 미국에서는 ‘뇌물 및 이해충돌 방지법’ 에 따라 공직자가 자신의 재정적 이해 관계와 관련된 사안에 참여하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 ‘친척 채용 제한법’에 따라 자신의 소속기관에 친인척을 임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 공직자윤리법 등 일부 법률에서 ‘사적 이해추구금지’ 등의 조항의 있지만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거나 사후 형사처벌할 법적 관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특히 ‘공직자윤리법’에서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있지만 원칙적·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위반 시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하나마나한 절름발이 법이란 지적입니다. 공직자 이해충돌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하루빨리 제정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