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꽃이여!
김성대
보고 싶은 친구야
오는 해는 그러려니 하고
가는해를 붙잡아 놓기가 너무 힘들구나
이곳저곳 꽃 잔치에 초대받아 가느라고
바쁜 일상에 아무 소식도 없었지만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너에게
이렇게 또 안부를 묻는다
보고 싶은 친구야
강 건너로 부는 가을바람 따라
내 작은 몸뚱이 발붙일 땅에
이리저리 방황하다 멈추어
설렜던 마음 지워가는
세월의 흔적을 잡을 수가 없지만
천연덕스럽게 울고 있는
꼿꼿한 꽃들이 아우성치고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보고 싶은 친구야
보이지 않은 내 탓 네 탓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게 되었구나
내가 하던 일도
네가 해오던 일과도
하나둘 망각忘却]이 되어 점점 침몰沈沒되어
눈앞의 속살이 훤히 보이는 언덕 너머로
모든 것을 멈추어 영영 떠나 버리게 하더라
보고 싶은 친구야
꼭 한 번만이라도 잡았던 손을 펴보렴
그리고 천 년향 만리향 잃었던
너의 향기를 가슴에 가득 담고
홀연히 떠나가는 가을바람 따라
뜨거운 눈물을 거두고 자유롭게
아름다운 산야로 맘껏 달려가고 싶다
보고 싶은 친구야
누군가의 잘못으로 오열嗚咽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참사大慘事로
희생된 못다 핀 사랑스러운 임들이여
아!
우리 곁을 영영 떠나가는가
고이고이 영면永眠하소서
남아 있는 가족들의 아픔
잘 치유治癒하시기 바랍니다
2022. 10.. 30. 이태원 참사로 희생자를 위하여,
약력(靑松 金成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