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인/김성대
설레던 어제
깊었던 밤
벽에 시계를 연신 보며
왜
느릿느릿 가냐고
자문자답하다
또 단잠을 잔다
트레킹을 모처럼 가는 날
뒤척이다가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자꾸 쳐다보며
눈이 내리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은 너무나 좋은 날씨
쌓였던 폭설 때문에
차를 가져갈까 말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나도 결심했어
차를 가지고 약속 장소에 갔다
먼 곳이었지만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한참 기다리니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목적지로 향해 출발
나무마다 눈 짐을
한 아름 지고 있다
푹푹 무릎까지 빠져도
어린이처럼 즐거워
멀어져 가는 겨울도
매섭게 서성이던 마음에
외로웠던 거친 찬바람이
귓불을 사정없이 때린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다
고독은 머물다 가겠지
또다시
눈 쌓인 겨울은
더 멀리 떠나고
봄바람이 불어오면
잊힌 일들을 고백하며
혼자만이 헤쳐
행복한 웃음을 기다린다
*2022. 12, 25. 명품 빛고을 2010 추월산 송년 트레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