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내 ‘치유의 방’에 들어서면 하얀 벽면과 스크린, 붕대가 찢긴 철제로 만든 두상이 놓인 김희곤 작가의 작품 ‘안아 주세요’를 만난다.
관람객이 직접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작성해 치유의 방을 완성해 나가는 작품이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치유의 방에 설치된 두상 작품, 영상화면, 흰 벽면에 그림이나 글로 남기면 된다.
작가는 아이들이 친구의 부상 부위를 감싼 깁스에 낙서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다.
그동안 찢고 뚫고 자르거나 할퀴어서 허상이라는 고통의 프레임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해온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붕대를 감고 마음의 온기를 더해 고통의 프레임을 녹여낸다.
작가는 자신의 역할을 상처에 갇혀 신음하는 이미지를 나타내고 붕대를 감아주는 것으로 제한하지만 관객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제안한다. 작가의 제안에 관람객이 응하는 메시지가 더해져 완성되는 프로젝트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미술가인 윤석남 작가의 유기견 시리즈 ‘108번’도 만날 수 있다. 갈 곳을 잃은 듯한 개의 눈동자, 그 아래 이질적이지만 힘차게 피어난 꽃. 희미한 눈동자가 이 시대 갈 곳 없이 방황하는 현대인들을 나타낸다면, 그럼에도 피어난 꽃을 통해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화두 ‘갈 곳을 잃고 헤매지만 봄은 돋아난다’가 이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이와 함께 강재욱, 권용택, 김봉준, 김상구, 김선동, 김억, 김영섭, 김재홍, 남기성, 남부희, 류연복, 손기환, 안재홍, 이미경, 이연섭, 이오연, 이윤엽, 이은희, 이재민, 이주영, 이해균, 정세학, 조진식, 차진환, 최세경, 한상호, 황은화, 고강행복 등이 참여해 회화부터 사진,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수원시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해움미술관은 10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를 신춘 기획전으로 마련했다.
"우리가 상상 속에서 그릴 수 있는 봄을 선보이려 했다”는 이해균 해움미술관 대표의 말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속에서 다양한 봄과 주제가 펼쳐진다. 전시는 5월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