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날씨가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주말, 가족이나 연인 혹은 나 홀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산책하기 적합한 장소가 있다. 아픈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하나둘씩 모여 숲을 이뤄 힐링의 장소를 만들었다. 지나온 한 주를 위로하고 마음을 달래 줄 하남 나무고아원이다.
구불구불 나 있는 길을 따라 한 바퀴를 거닐다 보면 눈에 담기는 풍광은 그저 소박하고 평온하다. 나무 그네에는 노부부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연인이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걷는다. 남편과 산책을 나온 심영옥씨(49)는 “버려진 나무들이 한 곳에 모여 숲을 이뤘다는 걸 오기 전엔 몰랐다”라며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다. 이런 소중한 나무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나무고아원은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버려지고 상처 입은 나무들에게 생긴 터전이다. 1999년 버즘나무는 열매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민원 대상이 됐다.
이후 시가지에서 교체될 위기에 놓였다가 2000년 4월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옮겨놓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한강 변 도로개설 공사로 베여나갈 운명이었던 소나무 159그루와 상처 입은 은행나무 300여그루, 느티나무 1천그루, 메타세콰이어 1천700그루, 홍단풍 450그루 등 수도권 경기지역에서 헌수 받은 수목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외로이 서 있던 나무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 숲. 약 8만9천㎡의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소나무, 버드나무, 모과나무 등 46종의 나무 2만3천294그루와 초화류 8종 등 수많은 식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고아원 내 일부를 유아숲체험원으로 조성해 나무로 만든 다양한 놀이터(나무, 밧줄, 소리, 창작, 숲속 놀이터)와 체험장(세발자전거, 미로 체험장)은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길을 따라 입구로 들어서면 어디선가 새들이 지저귀며 노래를 불러준다. 숲으로 향하는 길 양옆으로 봄의 생동감을 불어 넣는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길 정면에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굳건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자 상처를 감싼 인공수피가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무고아원이 조성됐을 때 가장 먼저 들어와 치료받은 약 40년 된 버드나무는 현재 건강을 회복해 깊게 뿌리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