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뀌면서 ‘빼앗겼던 자유’, ‘관계의 단절감’ 등은 이제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관계’라는 키워드를 통해 코로나 이후의 사회를 들여다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오산시립미술관은 다음 달 27일까지 ‘Close Society_밀접한 사회 展’을 연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독일 수교 14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으로 마련됐으며, 한국과 독일 작가 6명의 작품으로 이뤄졌다.
전시는 ‘틈에서_우연성에 깃든’, ‘틈에서_적극적 탈주’ 등 2개의 구간으로 나눠진다. 사람마다 가진 ‘빈틈’에서 관계가 싹트는데, 그 우연성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전시의 첫 번째 구간에서는 벌어진 틈 사이에 형상 등을 우연히 등장시켜 새로운 이미지로 만든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Kerstin Serz 작가는 끊임없이 나눴던 일상적인 순간들을 작품에 등장시켰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간의 틈에 자연적인 요소들을 결합해 함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조그마한 꽃, 파충류, 동물 등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 작가의 특징인데, ‘Flame Flower’에서는 꽃에 사로잡힌 사람을 묘사하고, ‘Rank Groth’ 시리즈에서는 새, 토끼 등을 신체의 한 부분으로 결합했다. 작가는 이 같은 유기체들이 이끌어내는 반사적인 행동을 순간적으로 포착했다.
주사기로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하는 윤종석 작가는 해당 날짜에 포착한 이미지와 과거에 흘렀던 시간을 하나의 구조로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한 번의 점을 잘못 찍으면 수정이 어렵지만, 그만큼 개인과 순간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당신의 자리에 꽃이 피었습니다’는 프리다 칼로에 대한 오마주로, 산책길에 만난 튤립이 아름다워 검색한 날이 평생 척추 보조기를 찬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사망일이었던 점에 착안해 완성했다.
두 번째 구간인 ‘틈에서_적극적 탈주’는 우연성이 깃든 관계에 적극적인 시도를 해 외연을 넓혀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Bettina Weiss 작가는 밝은 색채로 기하학적인 형태를 그려나간다. 여행했던 나라들을 회상하며 떠오르는 색과 형태를 담아 작품마다 나라의 이름을 붙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그 형태가 화면 밖까지 연결되는 형태를 지녔는데, 개인의 삶 이면에 수많은 개인의 삶이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임정은 작가는 ‘사각형의 변주 2020813 기억하다’, ‘사각형의 흔적_깊이의 단서_빛’ 등의 작품을 통해 코로나 시기 적막함, 고요함 등을 표현했다. 그는 일상의 순간을 사진에 담아 사각형의 틀 안에 넣음으로써 마치 집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외부 활동을 하지 못했던 시기 고립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밖에 주변 인물의 역사적 총체성을 드러낸 Gleb Bas의 ‘Janopie’, 화면에 발생하는 노이즈를 화폭에 옮겨 담은 박종규의 ‘수직적 시간’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라정식 오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일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제한적인 일상과 단절된 교류는 ‘연결, 관계’에 대한 욕구를 확인하게 했다. 일상 회복을 했지만, 전시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성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