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앞산에서 뒷산으로 숨는다, 구름이 내 눈에서 뒷머리로 돌아 바람을 끼고 돌 때 와르르 쏟아지는 나뭇잎처럼 바닥을 치고 메아리를 불러 그리움을 찾아 헤매다 두다리를 뻗고 우는 나무가지를 본다…(시집 전문)”
꽃의 시인으로 불리는 은월 김혜숙 시인이 ‘아득하고 멀도록(인문학사)’을 출간했다. 지난 2018년 1시집으로 선보인 ‘어쩌자고 꽃’, ‘끝내 붉음에 젖다(2시집)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꽃을 정점으로 하는 그의 시상은 다양하고 폭 넓다. 때문에 일련의 작품들은 꽃을 매개로 하는 집중과 통찰, 그리고 독특한 직관적 형상력이 빼어나다. 이렇듯 꽃에 대한 호소력은 이번 시집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어느 사이 호수공원 길목엔 연신 뻥뛰기 장수가 팔 운동을 하고 있다, 뻥튀기 터지기를 귀를 막고 엎디어 있는 풀꽃들…(장자호수 공원 소묘)”, “꽃은 마음이 있기에 보지 않아도 꽃이고, 닿지 않아도 꽃이고, 늘 그대로의 꽃이다…(꽃)”
문학평론가 조명제 시인은 “꽃을 사랑하며 화초와 꽃나무를 심어 가꾸고, 농원 한켠에 채소와 과실나무를 기르는 시인,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날마다 유치원을 찾아 촬영하고 편집해 가면서 졸업 앨범을 제작하는 직업인, 그런 일들을 다 감당해 내는 수완가이며 대인관계가 친화적인 시인이 바로 은월 김혜숙 시인”이라고 평하며 “사랑과 연민, 그리움과 이별 등의 정서적 담론을 더불어 손잡고 살아가자는 공동체적 화합의 사상으로 승화시킨 시의 영토를 마련했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