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ㅡ윤동주 선생님을 생각하다가ㅡ
詩: 전 진식
나무는 물을 기억하고 있다
뿌리를 내려 물을 찾고
기원(紀元)을 거슬러 오르고
샘은 젖어 있어도
詩 한 줄은 목이 마르다
한 젊은이가 부르다가 죽은 노래는
연변 마을 외진 시비(詩碑)로 서 있고
아직 벗겨지지 못한 천 쪼가리에 가려서
홀로 외롭다
지조 높은 개가 새벽을 짖는다
나는 두레박을 내려서
우물에 빠진 하늘과 바람과 별을 건져 올리며
우물가에 서 있던 그 사나이가 그리워
두레박에 담긴 별을 헤아린다
왜인가
자꾸자꾸 서러워지는 그 사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별 하나의 사랑에 가을이 가고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사슴 한 마리가 뒤를 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