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지만, 추석 대목을 맞아 세 편의 한국영화가 온가족을 웃고 울릴 채비를 마쳤다. 형형색색 다채롭게 한가위 극장가를 달굴 영화들을 소개한다.
■ 강동원이 곧 장르…‘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괴짜 퇴마사 천박사가 미지의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기상천외한 일들이 펼쳐진다.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27일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는 관객들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퇴마라는 소재를 접하는 데 있어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매력이 있다. 액션, 판타지, 호러, 코미디, 미스터리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화법을 연료 삼아 극이 진행된다. 만화 질감이 한껏 살아 있는 모험 활극에 최적화된 톤을 지닌 배우 강동원은 ‘전우치’ 등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활기를 선사한다.
■ 가슴 울리는 마라토너들…‘1947 보스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이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려는 마라토너들의 도전을 그려낸 영화로 역시 27일 개봉했다. 하정우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역으로 분했고, 임시완이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선수 서윤복 역을 맡았다.
영화는 선수들의 치열한 훈련과정뿐 아니라 삶에 녹아든 희로애락을 적절히 펼쳐내면서 관객들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건드린다. 스포츠 영화는 관객들이 선수들의 육체와 호흡, 현장의 공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몰입감을 조절하는 데에서 뿜어내는 매력이 결정되는 만큼, 시대의 배경과 사람들의 사연에 얽힌 감동을 극대화하는 문법에 충실하다는 점이 감상 포인트로 작용한다.
■ 영화에 관한 영화…‘거미집’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으로 장르와 현실 사이 접점을 탐색해왔던 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도 같은날 극장에서 만난다.
‘거미집’엔 영화와 영화인, 영화계에 관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난다. 촬영이 이미 끝난 영화를 재촬영해 결말을 바꾸려는 한 감독의 집념을 따라가는 블랙코미디로,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러운 해프닝이 계속해서 맴돈다.
한국의 70년대 영화 촬영장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펼쳐내면서도 창작혼을 불태우는 예술인들을 조명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영화 제작 환경을 다룬다는 점에서 할리우드의 ‘바빌론’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또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