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시즌3 수원화성 행행(行幸)’이 창룡문·동장대 등 수원화성 일원, 수원시 미디어센터에서 11월4일까지 이어진다. 이 가운데 국궁장, 동북공심돈, 동장대 일대를 가득 채우는 ‘미디어그라운드’는 상호작용형 미디어아트 작품과 다양한 전시, 체험, 놀이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영태 작가의 ‘스며들어 물들다’는 조선의 군사들이 무예를 수련하고 훈련을 진행했던 공간인 동장대에 시민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작품이다. 이상 사회를 향한 정조의 마음을 부유하는 도시인들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에 접목시키는 시도를 보여준다.
건축과 공간 디자인의 세계에서 출발해 확장을 모색하는 김영태 작가는 익숙함과 낯선 감각을 오가는 경험, 일상과 예술이 하나되는 경험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창작자와 수용자 사이의 상호작용은 작업의 전 영역에 걸쳐 있는 중요한 요소다.
모니터상으로 보는 작업의 경과와 현장에서 만나는 변수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간극이 있는 만큼, 김 작가는 언제나 대형 건물이나 야외 오브제를 다룰 때 공간을 둘러싼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고려하고자 한다.
2018년 수원 문화재 야행 경룡관 미디어파사드 ‘쉼(休)’으로 시민들과 만났던 그는 기하학적인 요소나 패턴 등을 활용해 공간에 깃든 의미가 관람자들에게 전이될 수 있도록 신경썼고, 이번 작업 역시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김 작가는 군사 훈련 장소였던 동장대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고민해 보면서 공간을 집약하는 키워드인 ‘역동성’을 추출했다. 또 군사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모습, 훈련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움직임이 동반되는 과정이 그의 작품 속 요소로 형상화됐다.
관람객이 처음 동장대로 들어서면 비탈면을 마주한다. 맞은 편에 설치된 카메라가 관람객의 실루엣을 딴 뒤 움직임을 같이 투사하는 인터렉티브 요소를 적용됐는데, 그런 차원에서 봐도 공간에 깃든 역동성이 실시간으로 묻어나게 만든 셈이다.
김 작가는 “동장대 건축물뿐 아니라 드넓은 비탈면에 투사되는 이미지 속 입자들이 계속해서 움직일 때 피어나는 역동적인 면모가 관람객과 어우러진다”며 “그간 모던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계속 다뤄온 만큼, 전통 요소가 그런 지점과 맞닿았을 때 생기는 현상을 연구하는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비탈면을 수놓는 기하학 요소들이 움직일 때마다 흥미를 보이면서 많이들 따라가는 걸 봤다”며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관람객들이 작품에 스며드는 방식 역시 다채로워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