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세상에 공개된 명작들이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일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욘 포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에 따라 그의 저서 판매량이 연간 평균의 50배가 넘는 수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 2019년 국내에 출간된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은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역시 신드롬을 일으키며 최근 베스트셀러에 안착했다.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두 거장의 책을 모아봤다.
‘북유럽의 거장’으로 불리는 욘 포세는 1983년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해 다양한 소설, 산문 작품으로 주목을 받다가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 ‘이름’, ‘누군가 올 거야’ 등을 쓰며 극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중에서도 포세의 대표작인 ‘아침 그리고 저녁’은 노르웨이 바닷가에서 태어나 죽은 어부 요한네스의 탄생과 죽음을 시적, 음악적으로 그린 장편소설이다. 그의 작품은 삶에 대한 고민, 불안정성, 죽음에 접근하는데, 결국 죽음 뒤에 남는 것은 돈이나 권력·명예가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마침표를 거의 쓰지 않고 쉼표를 통해 길게 이어지는 독특한 문장으로 구성된다.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울 듯 보이지만, 반복되는 표현 등으로 리듬감과 음악적인 요소를 강조해 이야기를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다. 군더더기를 없애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문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예리하고 밀도 있게 그려냈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문학동네 刊)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1980년 문예지 ‘문학계’에 기고했던 단편소설이었지만, 그의 뜻에 따라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은 작품이었다. 이에 하루키는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쓰이는 존재였다”며 “이 작품을 이렇게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로 다듬어 쓸 수 있어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키는 40년이 지난 2020년, 소설을 다시 꺼내 3년간의 재집필 끝에 장편소설로 재탄생시켰다.
소설은 열일곱살의 남자 고등학생과 한 살 어린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자 고등학생이 중년이 돼 지방 소도시의 작은 도서관장이 된 후 십대 시절에 같은 취미를 공유했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여자친구가 말한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아득히 먼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책은 진실과 허구, 비밀과 공유 등 보이지 않는 경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사유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