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저널] 11일 오전, 영등포구청 별관 지하 1층에 위치한 늘푸름학교에 학사모를 쓴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카메라 앞에 모였다.
영등포구가 평균 연령 70세, 만학의 꿈을 이룬 성인문해교육기관 늘푸름학교 초·중등과정 졸업생들의 졸업사진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보내면서 배움의 기회를 놓친 60~80세의 늦깎이 학생들은 이 순간만큼은 누군가의 할머니·할아버지, 어머니·아버지가 아닌 본인의 이름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서로 화장을 고쳐주며 촬영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거나 교실 한 편에서 촬영 포즈를 연습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졸업을 앞둔 어느 10대 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어떤 학생들은 만감이 교차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흰머리의 고령 학생들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과 도전은 젊은 사람들 못지 않았다.
입원 중에도 졸업사진 촬영을 위해 외출 허가를 받고 오신 어르신도 있었다.
왕복 두 시간 넘는 거리임에도 제일 먼저 오셔셔 기다리시고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 참석한 어르신도 있었다.
사진 촬영 후에는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영상편지도 남겼다.
메이는 목을 가다듬으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아쉬움을 드디어 풀고 졸업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번 졸업사진 촬영은 기초 정보 기술 수업의 학습도우미로 봉사하시는 구민이 사진을 전공한 실력을 살려 재능기부로 촬영에 나섰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 등 비문해, 저학력 성인들을 위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푸름학교는 올해 28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또한 늘푸름학교를 졸업생 8명이 올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졸업식은 내년 2월 중순에 개최될 예정이며 수학여행과 동아리 활동, 졸업 사진 등 1년간의 모습이 전시될 예정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각고의 노력 끝에 졸업이라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된 어르신들이야말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커다란 귀감이다”며 “앞으로도 뜨거운 열정을 품고 계시는 만학도 어르신들이 배움의 길을 계속 이어나가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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