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대구 출신 이성두 시인이 네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도서출판 지식나무, 134쪽 값 10,000원 이성두 작가 연락처 010-5588-4388 Email: king1004as@hanmail.net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2023-12-21 20:05:02

     

    [작가 이성두시인]

    남이 가진 것은 보이고 자신이 가진 것은 보이지 않던 시인의 지난날을 새겨놓았다. 대개 사람들은 젊음의 시간을 욕심으로 여과시켜 만족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욕심으로 인해 삶이 너덜너덜해지고서야 비로소 이미 낡아버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시인은 3D 안경도 없이 입체 영화를 보듯 세상을 봐오고, 마치 환상처럼 아름다운 만화경 속 세상만 갈구하며 살아 온 것과 별다름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오류 속에서 살아 온 날들, 언뜻 깨닫게 된 시간의 흔적,

    조각조각 나 있는 그것을 챙겨 놓았다.

     

    어느 날 문득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를 간병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철이 들었다고 말한다.

    혼자 설 수도 없는 아내를 매일 끌어안고 걸어가는 절름발이 같은 슬픈 현실을 시로 미화시키는 슬픈 작업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차마 사랑조차 사치인 것 같아 옹알이처럼 웅얼거리고 마는 현실에 갇혔다고 푸념한다.

    돌아보면 문득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뒤, 겨우 남아있는 후줄근한 흔적만 보면서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바람의 눈빛으로]

    우리네 아름다운 순간들, 그토록 행복했던 시간은 다 어디 갔는가?’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가고 난 뒤에야 바람의 흔적을 뒤적거릴 뿐이다.

    시인은 지난 바람의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진난 날들보다 미래로 향한 바람의 눈빛으로 세상을 설계하는지도 모른다.

    이미 간행된 그의 시집을 살펴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어디 내놓고 예기할 수도 없는 여자의 은밀한 눈물인 이브의 눈물이 그랬고,

    지나와 보니 힘들고 아프고 슬펐던 날마저도 다 추억이고 행복이었다는 회한의 고백서 같은 행복한 줄도 모르고도 그랬고,

    은근히 달빛 비추는 밤에 꽃 피우는 달맞이꽃처럼 발밤발밤 걷는 아내의 모습을 기원하는 기도 같은 달밤달밤 발밤발밤이 그랬다.

     

    시인의 시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바람의 눈빛이다. 늘 그런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고 사는 것이다.

    지나간 바람도 다가올 바람도 그리고 눈빛마저도 갈망하는 바람도 있다.

     

    메카니즘의 프로그램에 길든 시간이 지쳐서야 비로소 너절한 주름으로 한숨을 내뱉는다. 그래서 참으로 인간적인 시를 체인처럼 연결해 놓았다.

     

    빨갛고 파아란 청춘을 두고 온

    가슴에는 싸한 외풍이 있다

     

    중앙시장 막걸리 한 잔에 취한

    오늘 밤 나는 빈 지갑이다

     

    되돌아가는 볏가리는

    하염없이 가을비에 젖어

    바람 소리만 아으아으 서럽게 운다

    바람의 눈빛으로67빈 지갑중에서

     

    삶의 희락을 슬며시 녹여 놓았다. 사랑에 대해서, 기쁨에 대해서 슬픔과 아픔에 관하여, 때로는 그리움에 대해서 논했다.

    그리움은 떠나간 여운이잖는가. 이미 내 것이 아닌 희미해지는 안개 같이 실체가 없는 것이다.

    저마다 삶의 공간 속에서 지금 내 삶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한 번쯤 더듬어봐야 할 일이다.

    누구나 미래에 경험하게 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그 이야기를 미리 보고 듣고 느끼고 살아가면 어떨까? 우리는 언젠가 장애인이 된다.

     

    보라, 살면서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 아무것도 아닌 것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들, 그 잡다한 일상들이 결국 내 것이고, 결국 그것

    마저 행복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살지 않았는가.

    기어이 지난 후에서야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조차 행복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지 않은 길을 이미 가본 자의 심정으로 살펴보면 지혜를 얻는다.

    결코 다가오는 것은 눈도 없고, 입도 없고, 모습도 존재도 없다.

    불어올 바람은 형체도 없고 표정도 없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바람일 뿐이다.

    바람이 불었다. 존재하지 않는 바람의 눈을 찾았다. 그 눈으로 세상을 조명해 놓았다.

    불행이 무엇이고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삶이 무엇이고 아름다운 사랑이 무엇인지. 바람의 눈빛을 보고 바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바라고, 바라자, 바람의 눈빛으로 세상을 보자.

    바람의 눈빛으로이다.

     

    이 시집 마지막에 나의 시작 보고서가 곁들여 있다.

    찬찬히 음미해 보면 와 닿는 부분이 있음은 여기 바람의 눈빛이 진정 내 것인 이유이다. 바람의 몸짓으로 다음 한 편의 시를 놓았다.

     

    홀로의 방이 시간 속에 갇혔습니다

    선로에서 이탈된 자유는 뒤척이고

     

    이미 돌돌 말린 이불의 목만

    답답한 듯 칵칵, 소리 내어요

     

    더듬더듬, 웃고, 울고, 몸부림

    살아있다는 증거라도 남기듯

    두근두근 끝낼 수 없는 행위

     

    흔들어야 바람을 내는 것처럼

    숨찬 몸부림의 독백

    멈출 수 없는 푸른 숨입니다

     

    바람의 눈빛으로80푸른 숨전문

     

    현대시선 문학상, 현대문예 추천작가상, 민들레문학상, 다솔문학상, 열린 동해문학상, 강원경제신문 주최 코벤트가든문학상(토지문학상)등을 수상하였다. 다솔문학회, 여울아라 외 여러 문학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이번 이성두 시인의 4번째 시집을 일독을 권해본다.

     

     




    저작권자 © 금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다음
▲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