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선경문학상을 수상한 하기정 시인이 수상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를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시집은 1부 '애플파이의 시간', 2부 '밤에는 멀리 있는 불빛을 보려 하지', 3부 '빗방울의 노래', 4부 '구름의 화법' 등 4개 챕터로 구성됐다.
이번 시집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두 개의 각도에서 바라보며 차분하게 서정적인 울림을 자아낸다. 난해함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거나, 안이한 접근으로 시를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시인의 감상을 수려한 문장으로 매끄럽게 표현하며 독자와 소통한다.
표제작인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는 이런 표현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 그는 도끼로 계단을 내고 나무에 오르는 일을 경멸했다 / 기름을 바르고 처참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일에 열광했다 …." 미안함과 안녕, 경멸과 열광 등. 두 가지로 대비되는 시어들이 시 속 곳곳에서 충돌하며 묘한 아름다움을 피워낸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삶을 체험하는 입장과 관조하는 입장, 양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울림은 배가된다. 불쾌와 불행을 촉발하는 접촉은 역설과 아이러니를 활용한 언어적 표현으로 덧씌운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