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의 성역과 금기를 깨뜨린, 하워드 진 '서사를 바꿔라' [신간소개]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2024-01-19 09:29:14

    한 인간을 둘러싼 역사와 시대를 평가할 때 명과 암은 늘 존재한다. 한국 근현대사만 봐도 그렇다. 건국 이후 역대 한국 대통령을 평가할 때, 그들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 이슈 등을 놓고 사회는 늘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영웅은 어떻게 평가하고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진짜 영웅은 누굴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진보적 사회운동가인 하워드 진은 ‘영웅 밖에서 희생된 이들’에게서 그 해답을 찾았다. 최근 출간된 ‘서사를 바꿔라(산처럼 刊)’는 하워드 진이 방송인 레이 수아레스와 진솔하게 나눈 마지막 인터뷰를 담았다. 시대를 읽어내는 담대한 통찰력과 명쾌한 해석,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본 지식인의 치열하고도 진지한 기세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장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서구 문명의 영광을 드러내는 신화나 전통의 영웅울 건드리는 건 금기 시 돼 왔다. 하지만 하워드 진은 그동안 서구 문명의 전통에서, 나라의 권력을 쥔 이들에게 성역으로 여겨 온 신화를 내내 복잡하게 따져든다.

     

    첫 번째 인물은 콜럼버스다. 제국주의를 타파하고 대항해 시대의 영웅으로 불리는 콜럼버스는 뛰어난 항해 능력으로 대양을 건넌 특별한 성취를 이뤘다. 하지만 그가 대양을 건넌건 기독교를 전파하려 했거나 원주민들을 돌보려 했던 것이 아니다. 원주민들을 이용해서 금을 찾게 하고 이익이 될 만한 것들을 유럽에 가져가려 했다. 원주민들을 납치하고 팔과 다리를 잘라버리거나 죽이기도 했고 노예로 삼기도 했다.

     

    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역시 “사실은 전쟁광이었다”고 평가한다.

     

     

    [산처럼 제공]

    “그렇다면 이젠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루스벨트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 것인지 정리해야 한다. 또 설명대로라면 콜럼버스는 악당이다, 당장 광장의 콜럼버스 동상을 끌어내려야 하나, 기념일에서 제외시켜야 하냐.” 수아레스의 질문에 하워드 진은 이렇게 답한다. “중요한 건 그런 동상과 같은 것들이 아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민중사’,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오만한 제국’ 등으로 미국에서 굳건히 신념처럼 여겨졌던 역사와 담론에 새로운 주장을 제시했던 하워드 진은 역사의 서사를 바꿀 영웅을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또 기존의 위인들에게서 의도적으로 감췄던 부분 역시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백인에게 좌석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체포됐던 흑인 인종차별 저항운동의 상징 로자 파크스가 그 영웅이다. 또 헬렌 켈러가 자신의 심대한 신체적 고통을 딛고 유명인사가 된 것 이 외에 적극적인 반전운동가 였다는 사실, 미국 문학의 영웅인 마크 트웨인이 19세기~20세기 초반 아메리카 반 제국주의연맹의 지도자였다는 사실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워드 진은 그간 일상에서 정의를 위해 맞서고 부르짖고, 영웅들에 의해 희생됐던 영웅들을 알려야 한다고도 밝혔다. 일상의 영웅들이 퍼져야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맞서는 용기를 얻고, 자신 역시 변혁하며 그런 시민들이 모일 때 시대와 사회가 진보하기 때문이다.

     

    하워드 진의 명료하고 막힘없는 대담과 탁 트인 역사적 전망이 콜럼버스에서부터 시작해 9·11 테러 등 전반적인 미국의 역사를 날카롭고 깊이 있게 꿰뚫는다. 그리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적 진실을 집요하게 좇아갈 것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한다.

     

    “기존의 역사에 등장하는 군사적으로 영웅시 되는 인물들, 대통령, 대법원 판사, 국회의원들을 중요시 여기는 걸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역사만을 역사로 인식하는 태도입니다.…저는 민중들의 역사를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어찌 보면 기존의 언론과 역사가 중시화는 대통령이나 영웅들에 의해 미국 내에서 밖에서 희생되는 이들의 역사를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역사와 시대, 인물을 둘러싼 논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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