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은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일이지만, 사실 내 모든 행위는 살아 있는 사람을 향한다. 고독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열심히 알리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지금껏 해온 일은 헛되지 않았다.-‘에필로그’ 중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김새별, 전애원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간 이후 7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후속작 ‘남겨진 것들의 기록’으로 돌아왔다.
저자가 찾는 현장에는 마지막 순간을 외로이 맞이한 사람들이 있다. 강박장애로 집 안에 물건을 가득 쌓고 살아온 중년 여성, 멋진 어른으로 살고 싶었지만 마음의 그늘에 짓눌려 세상을 등진 청년, 이혼 후 두고 온 아들을 잊지 못해 밤새 대문 앞을 지키던 치매 노인 등 그들이 남긴 유품은 각자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여 준다.
책은 전편에 이어 삶과 죽음의 의미,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고독사에 대한 경각심도 다루지만, 우리가 서로를 지키는 나지막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진하게 담겼다.
특히 치료하지 않고 자신을 방치하는 환자, 겉으로는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위태롭게 지내는 젊은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은둔 청년에게 마음을 더 많이 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면 충분히 찬란하게 피어날 수 있는 인생이지만, 자신의 사그라지는 생의 기운을 무심히 지켜만 보는 이들을 저자는 ‘고독사 예정군’이라고 부른다.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겨나고 관련 정책도 마련되고 있지만, 젊은 1인 가구, 이혼과 실직으로 주변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중장년층, ‘우리’를 잃고 개인화돼가는 세태를 보며 미래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임을 말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어두운 미래를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떠나간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출발한 책은 역설적이게도 시작을 이야기한다.
쓸쓸한 끝이 아닌 삶에 대한 애착,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올 거라는 희망, 서로를 굳게 붙들어주는 연대를 바라는 마음이 녹아있다. 누군가의 인생을 지우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진심이 돋보인다.
주변을 돌아볼 여력도 없이 버거운 일상에 생명의 소중함이나 생의 의지마저 희미해지는 순간, ‘남겨진 것들의 기록’은 진정 나에게 가치 있는 것,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