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평화’ 지향한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일어나 2024년이야!’ [전시리뷰]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2024-03-25 18:25:33

    백남준이 지향한 세계평화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1984년, 그가 세상에 내놓은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예술을 통한 소통과 화합으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던 백남준의 심지를 엿보게 한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40년 전 주문한 이 같은 평화의 메시지를 재설정해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를 열고 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백남준이 1984년 새해에 뉴욕과 파리 등을 실시간 연결했던 위성 텔레비전 생방송이다. 미디어 감시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 미래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해가 됐을 때, 백남준은 고인이 된 오웰과 소설에 대한 응답으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내놓았다.

    [백남준아트센터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기념전 ‘일어나 2024년이야!’1] 전시 전경

    백남준은 오웰이 우려했던 통제의 기술을 당시 전세계 2천500만명의 시청자들이 함께 하는 소통의 기술로 전환해 보여줬다. 이번 전시에선 뉴욕 라이브 방송과 이를 구성하는 22개의 시퀀스 중 주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스크린을 가득 채운 ‘과달카날 레퀴엠’(1977)이 흘러나온다. 백남준은 샬럿 무어먼과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이 남은 과달카날 섬을 찾아 참전 군인과 주민을 인터뷰하고,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비디오의 역할, 상흔을 치유하는 예술의 힘, 전쟁 없는 사회를 향한 백남준의 바람이 담겼다.

    [백남준 作 ‘과달카날 레퀴엠’(1977).2]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이 외에 전쟁의 위협과 인류의 현재를 환기하는 백남준의 또 다른 위성 프로젝트 ‘세계와 손잡고’(1988)와 텔레비전을 가득 실은 자전거 로봇을 통해 21세기의 정보 중심 사회를 예견한 백남준의 조각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1993),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내용과 형식을 오마주한 바밍타이거·류성실의 ‘SARANGHAEYO 아트 라이브’(2024)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전시실 2층에선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참여했던 당대 수많은 예술가들의 활동을 본따, 동시대 미디어 작가 9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시가 진행중이다.

    홍민키 작가는 ‘라이브 방송 중 해킹 당한 BB?!??’ 영상을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벌어지는 감시와 착취를 드러냈다.

    [HWI(휘) 作 ‘너의 전생’. 3]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장서영 작가는 초개인화되는 미디어와 인류의 운명을 위태로운 비행에 빗대어 표현한 ‘터뷸런스’를, HWI(휘) 작가는 화석연료가 고갈된 뒤의 가상의 미래를 그린 ‘너의 전생’을 선보인다.

     

    이 밖에 권희수의 ‘나선필름’, 삼손 영의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 상희의 ‘원룸바벨’, 이양희의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조승호의 ‘은신처’, 히토 슈타이얼의 ‘태양의 공장’ 등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만날 수 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40년 전 백남준은 당시 소수의 권력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TV 방송의 긍정적 쓰임과 기술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관람객들이 백남준이 보여주고자 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가 동시대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우리에게 유효한 가치는 무엇인지 사유하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025년 2월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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