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을 뜻하는 일기(日記). 자신만의 일상과 생각이 담겼지만, 어떤 이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겪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책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은 도서평론가 금정연의 첫 일기집으로, 2021년 겨울부터 2023년 가을까지 약 2년간의 일기를 모아 계절별로 실었다.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일기에 최승자, 프란츠 카프카, 버지니아 울프, 아니 에르노, 김환기, 김지승 등 과거 다른 작가들의 일기를 포개어 평행 세계처럼 나란히 펼쳐 놓는다는 점이다.
매일같이 글을 마감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동료들과 만나 마음을 나누는 저자의 일상과 책, 영화, 육아, 강연, 노화 등 주요 관심사가 시대를 풍미한 전 세계 작가들의 일상과 만나 공존한다.
그렇기에 책은 저자 자신의 일기인 동시에 타인의 일기에 대한 일기이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고, 그 과정을 적고, 남의 일기에서 자신과 비슷하거나 다른 삶을 읽으며, 또 그것을 적었을 뿐이다.
또한, 책은 우리는 왜 일기를 쓰고, 남의 일기를 읽는지 자문하며 일기의 본질을 탐구하기도 한다.
바쁘고 바쁜 현대에서 이 부족한 시간에 왜 굳이 매일 일기를, 일기라도 쓰는가라는 질문은, 지루하리만치 반복되는 우리의 하루를 왜 굳이 또 살아가는가라는 물음과도 맞닿는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배우고 욕망하고 느끼고 행동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물론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27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