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맹자 등 여러 성현들의 가르침을 받들고 실천하기 위해 설립된 조선 최고의 국립 교육기관 성균관, 조선왕조 500년을 지나 현재까지도 우리 전통을 잇고 예학을 보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성균관과 관련한 장소들을 소개하는 책이 출간됐다.
책 ‘성균관 학생 최열성 이야기’는 동화 속에 지리학을 담아 성균관과 충남 논산, 한양 중심가 곳곳을 안내한다. 이를 통해 장소의 의미와 근대교육 발전을 조명한다.
이야기는 조선 시대 충남 논산 연산에서 시작된다. 이 마을에 사는 소년 ‘최열성’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연산에서 계룡산을 거쳐 한양 성균관으로 공부하러 가는 과정과 장원급제 후 금의환향, 활약상 등을 그린다.
주인공의 한양 입성을 위한 여정에서 만나는 지역별 장소, 계룡산, 공산성, 천안삼거리, 과천현, 남태령, 동재기 나루, 피맛골, 종묘, 청계천, 반촌, 운종가, 육의전 등을 꼼꼼하게 소개하고, 대성전을 비롯해 명륜당, 비천당, 존경각, 육일각, 청록청, 동재 등 성균관 장소 설명이 이어진다.
또한, 1088년 건립된 세계 최초의 근대 국공립대학인 이탈리아 볼로냐(Bologna)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발자취를 살핀다. 관립중등교육의 발상지인 북촌 홍현(紅峴)의 경기고등학교와 1886년 우리나라 최초로 정부가 전동에 세운 관립 근대식 교육기관인 육영공원, 우리나라의 최초 관립초등학교의 발상지인 교동초등학교 등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장소는 지리학의 주된 주제로 연구돼 왔지만, 사회의 빠른 변화와 대규모로 생활공간이 개발되며 그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학제 간 연구가 늘면서 공동 연구의 기반이 되는 용어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책에서는 서울 중심업무지구(CBD, Central Business District)의 발달과 그 내부구조 그리고 서울 도심부 내부구조 모형도 수록해, 장소의 중요성과 개발로 인한 변화를 알아본다.
이렇듯 주인공이 이동하는 장소마다의 이야기가 지리학의 관점에서 조명되며, 당시 시대에 따른 민초들의 힘겨웠던 생활상 또한 엿볼 수 있다.
동화는 두 가지의 교훈을 전하는데, ‘여우는 무척 꾀가 많은 동물로, 오래 살면 재주를 부려서 사람을 홀려 혼을 빼서 끌고 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과 ‘사람은 누구든 착하게 살면, 끝에 가서는 하늘이 큰 복을 주어서 행복하게 된다’는 권선징악의 가르침이다. 때문에 여수고개와 여수고개 연못이 위치한 연산 주변이 이야기의 시작 무대가 된 것이다.
저자는 "성균관이란 장소를 기술하는 글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서 동화의 형식을 빌려서 쓰되, 그 동화의 주인공인 ‘성균관 학생 최열성’이 경험하는 여러 장소를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기술했다"면서, "이 동화는 필자가 어렸을 때, 겨울밤에 등잔불 옆에서 바느질하시는 어머니를 조르고 졸라서 들은 이야기 중 하나로, 눈이 크게 확 떠지며 잠이 달아날 정도로 재미있던 이야기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