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고무신’으로 제15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유희숙 시인이 3년 만에 첫 시집 ‘시선의 끝’을 출간했다.
책에는 시인이 그동안 써내려간 300여 편의 시 중 90여 편을 선별해 실었다.
정제됐지만, 낯설지 않은 언어들에 담긴 그의 시선의 끝에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햇살 좋은 봄날/ 봄 시샘하던 바람도 졸고 있는 한낮// 물기 바짝 말라 누워만 있던 어머니/ 오랜만에 툇마루 나와 기대어 앉으신다// 마당에서 깔깔대며 뛰어노는 어린 손자들/ 무채색 그늘이 덮여 있던 어머니 얼굴/ 잠시 환해진다(‘어머니의 극락’ 중에서)
시인은 일상의 작은 순간도 쉽사리 놓치지 않고 애정 어린 눈으로 살핀다. 툇마루에 앉아 "잠시 환해진" 어머니의 얼굴에 "오늘은 좀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건네며 다정한 안부를 건넨다.
또한, 단어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가듯 섬세하게 순간을 포착해 무심코 지나쳐왔던 일상의 감정들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밤새 베갯잇 물들이며 썼다가 지우기를 수십 번/ 곱게 접은 하얀 편지// 빨간 우체통 앞 작은 비둘기 한 마리/ 한참을 망설이다가/ 우체통 안으로 날아든다// 그만 들켜 버린 분홍빛 마음/ 종일토록 가슴만 뛴다’(‘우체통과 비둘기’ 중에서)
존재조차 잊혔던 길가의 우체통과 피해 걷기 바빴던 비둘기마저도 그의 시에서는 설렘을 전하는 소재가 돼, 풋풋한 사랑에 빠진 이의 모습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특히, 시 ‘하루는 너무 길거나 짧다’에서는 펄럭이는 날개로 "쏜살같이 하늘을" 날고, "그대, 하늘과 내가 한 몸이 될 수 있을까"를 염원하며 "사랑을 찾아 헤맨 하루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다"고 말한다. 사랑을 그리는 과정마저 한 폭의 수채화를 펼친 것처럼 눈에 선하게 담아냈다.
이렇듯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지름길 돌아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생애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수줍게 새싹을 내민"(시인의 말) 일상의 감동들을 마주하게 된다.
김홍신 소설가는 추천사를 통해 "유희숙 시인은 떠도는 마음을 끌어안아 사뿐 자박 걷게 하는 참 어여쁜 시심을 가졌다"면서 "천하 만물을 사랑과 잉태와 포용으로 가꾸는 시인의 정신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향기 그윽하게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