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현실』로 등단한 김결 시인이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달아실 刊)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79번으로 나왔다.
시집에 적힌 그의 이력은 이름만큼 간결하다.
“시인 김결은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2020년 『시현실』로 등단하였다. 현재 김해시청에서 일하고 있다.”
시집에 적고 있는 시인의 말 또한 간결하고 발랄하다.
“당신은 어디쯤입니까? 우연의 시간 속에서 순간의 풍경 속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늦은 안부를 묻습니다. 미루나무 작은 잎 고요한 흔들림 속으로 당신, 같이 가실래요?”
알쏭달쏭한 시집의 제목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시집을 여는 첫 시 「또는, 눈사람의 기분」에서 따왔다.
우리는 텍스트예요 주기적으로
폭발하죠
사월에 눈이 내리기도 하고요
당신은 여전히 모르는 사건으로 남았죠
제발 얼룩을 읽어 주세요
들끓던 용암을 가라앉히는 오늘
눈 내린 불면에 로그인을 하고
거울 속의 분화구를 외면합니다
숱한 넷플릭스의 드라마와 마주하죠
바닥에 웅크린 나의 주인공이
사월에 내린 눈처럼 녹고 있고
대답할 의무도 없이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사월의 눈과 여전히 모르는 당신에게
잠시 머물던 내가 눈사람으로 녹아 가죠
질 때 더 붉은 당신을 오려 붙여
텍스트를 읽는 내 눈동자가 젖어듭니다
날이 저물어요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
계절의 터미널에서 갓 내린 커피를 마셔요
나를 저울질하며 주문을 걸죠
사월은 불타오르거나 녹아내리고
소리 없이 모란이 다녀가고
떠난 이와 남은 자가 일으켜 세운 터미널만 남았죠
이제 나는 누구인가요
― 「또는, 눈사람의 기분」 전문
해설을 쓴 나호열 문학평론가는 이번 김결의 시집을 “공극(孔隙)의 슬픔과 스며듦의 미학”이라 규정하면서 이렇게 평한다.
“김결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기의(記意)를 해체하는 독특한 발화(發話)를 통해 의식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을 더듬고 스스로를 위무하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 마치 부손(蕪村)의 하이쿠 「거면居眠」, ‘꾸벅 졸면서/ 나에게로 숨을까/ 겨울나기여’처럼 결코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생의 고독함을 이겨 내기 위해 또 다른 타자인 자신의 의식 속으로 스며드는 독백인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존재 간의 공극―결코 결합될 수 없는 간극―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얼마가 적당할까
사랑하다가 한날한시에 같이 묻혀도 간극은 있다
― 「공극」 부분
그러니까 이번 시집은 ‘(낡은) 당신들’과 ‘(두려운) 나들’ 사이의 ‘공극’(결코 결합될 수 없는 간극)이 변주하고 있는 세계의 다양성을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나와 당신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의 음표, 불협화음의 템포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질서정연한 의식에 파문이 이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또한 일독을 권한다.
■ 작가 소개
시인 김결은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2020년 『시현실』로 등단하였다. 현재 김해시청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