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는 하루에도 수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는 것은 사치다.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지금의 고생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필요한 기초 체력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매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그만두기에 나는 너무 절박했다." (본문 중에서)
모든 이들에게 일상이 된 택배. 택배는 생필품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나른다. 우리 몸의 혈관처럼 우리의 일상을 촘촘하게 연결하고, 살아있게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택배가 당장 멈춘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날로 생명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택배는 실시간 조회와 메시지로 배송 상황을 알려주고 그 메시지 속에는 어김없이 노동자, 택배 기사가 있다. ‘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는 이 메시지 속 택배 기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송 완료 메시지가 전송되기까지 그 이면에서 일어나는 택배 세계의 모든 것, 고객들은 알 수 없는 택배 기사의 사생활을 낱낱이 풀어놓는다.
주목받던 청년 사업가였던 저자는 믿었던 동료에게 사기를 당해 한순간에 20대 고졸백수가 됐다. 배신감에 상처받고 1년 6개월을 은둔한 저자는 어느 날, 20만 원 밖에 남지 않은 통장 잔고를 보고 깜짝 놀라 세상에 다시 나가기로 결심, 택배기사로 일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택배 기사로 일하게 된 저자는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조금씩 자신과 또 세상과 화해한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악천후에도 묵묵히 물건을 나른다. 그렇게 땀 흘리며 몸을 움직이면서 상처 입은 마음을 비워내고 세상으로 나아갈 체력을 기른다.
저자 김희우 씨의 배송 업무 현장. 사진=행성B
책은 막다른 상황에 처한 청년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해내고자 하는 마음, 성실히 지켜내는 하루, 정직하게 돌아오는 대가의 소중함을 뜨겁고 담담하게 서술한다.
이 책은 구매와 판매, 무게와 거리, 속도와 원가를 철저하게 계산하는 택배 산업을 설명한다. 택배망과 송장번호 속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와 이익 비율,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의 경비 처리와 세금 문제까지 ‘돈’에 관한 이야기가 만만치 않게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택배 기사를 직업으로 생각해 본 이들에게 실질적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는 택배 기사를 보다 자세히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