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난 군포] 누리천문대에서 ‘별이 빛나는 밤’

    대야도서관 위 작은 천문대 ‘개관 20주년’, 매주 천체 관측 행사…아이들 별 보며 꿈 키워, 칠월 칠석에 견우성·직녀성과 달 실제 관측

    by 김주환 연합본부장
    2024-08-11 09:21:43

    지난 10일은 음력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 칠석이었다. 견우성과 직녀성은 이른바 ‘여름철 대삼각형’을 이루는, 이 시기에 가장 잘 보이는 별이기도 하다. 12일엔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소식도 있다. 작은 도시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군포시는 천문대도 보유하고 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의 밤, 군포시 누리천문대로 별을 보러 갔다. 3시간 동안의 천체 관측 행사는 쉼 없이 알차게 진행됐다.

    [지난 10일 밤 군포 누리천문대에서 진행된 천체 관측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천체 망원경으로 달을 보고 있다. 1]

    #칠석의 밤, 군포에서 별을 보다

    지난 10일 저녁 7시. 대야도서관 2층 강의실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곳 도서관에 위치한 누리천문대에서 실시된 천체 관측 행사에 참가하는 시민들이었다. 가족 단위로 10팀이 참가했는데 모두 아이들과 함께였다. 행사는 강연 1시간, 관측 1시간, 퀴즈 1시간 등 모두 3시간으로 짜였다. 12일 예정된 페르세우스 유성우 이야기로 별과 별자리에 대한 강연이 시작됐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강연이었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북두칠성은 88개의 국제 표준 별자리에는 포함되지 않는 점 등 처음 알게 된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메인 행사인 천체 관측은 대야도서관 옥상에 설치된 대형 천체 망원경으로 달을 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망원경에 눈 한쪽을 가까이 가져갈 때마다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미 사진으로 많이 접했음에도 실제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은빛의 초승달은 신비로웠다. 이어 직녀성을 망원경으로 관측했다. 지구와 25광년 거리에 있는 이 별은 여름에 볼 수 있는 별 중 가장 밝은 별에 속한다. 망원경을 통해 봤을 때도 매우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두 개의 별이 가까이 위치한 쌍성을 보기도 했다. 별 하나는 푸른 빛, 나머지 별 하나는 노란 빛을 내고 있었다.

     

     

    이날 밤 하늘은 다소 흐려 관측 행사가 끝나갈 무렵엔 달마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견우성과 직녀성, 데네브가 이루는 여름철 대삼각형은 비교적 잘 볼 수 있었다. 천체 망원경으로 직접 달과 별을 관측하는 것에 더해, 별이 총총 박힌 밤하늘을 구현한 플라네타리움(천체 투영실)에서 여름에 관측할 수 있는 주요 별들을 학습하는 시간도 가졌다.

    관측 행사 이후엔 강연과 실측을 통해 익힌 내용을 퀴즈로 푸는 시간을 가졌다. 퀴즈에서 1등을 차지한 김승유(13) 군은 “별을 그냥 봤을 땐 하얀색으로만 보였는데 실제로 망원경을 통해 보니 크기도 다르고 색도 서로 달라 매우 신기했다”며 천체 관측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김군의 부모인 김동환(49)·홍인자(45) 씨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우주의 광활함,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새삼 느끼게 됐다. 군포시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매우 좋고 인상 깊었다. 아주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하은호 군포시장이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하 시장 역시 1시간 동안 열심히 별에 대한 강연을 들은 후 시민들과 함께 천체 망원경을 통해 달을 관측했다. 관측 소감을 묻자 하 시장은 “전에 강연은 들은 적 있었는데 이곳에서 실제 관측을 한 건 처음이다. 아주 좋았다. 누리천문대는 군포시에도 정말 의미 있는 공간인데, 아이들에게 이곳을 통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0일 밤 군포 누리천문대에서 진행된 천체 관측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천체 망원경으로 직녀성을 관측하고 있다 2]

    #올해 개관 20주년…우주 꿈 꾸게 해준 소중한 공간

     

     

     

    누리천문대는 2004년 10월에 개관했다. 지난 2003년 대야도서관이 문을 열 당시 특색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그 때 기획했던 게 천문대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대야도서관을 열자마자 준비 작업에 돌입, 이듬해인 2004년에 누리천문대 운영도 시작했다. 대야도서관 옥상에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공간과 플라네타리움이 있고, 열람실이 위치한 층 한 쪽엔 전시관과 우주 관련 영화를 4D로 볼 수 있는 상영관이 마련돼있다.

    도서관 공간 일부를 할애해 만든 곳인 만큼 천문대 규모가 작은 데다 도심에 있어 산 속 깊은 곳에 소재한 천문대와 비교하면 관측 여건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도심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깊은 산 속을 굽이굽이 올라가야만 하는 게 아니라, 전철을 타고 언제든 쉽게 천문대에 갈 수 있다는 것은 단연 매력적이다. 누리천문대 관계자는 “높고 깊은 산 속에 있는 천문대보다야 별이 잘 보이진 않아 전문적인 연구를 할 때는 좋지 않아도, 시민들이 천체를 관측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집과 가까운 곳에 천문대가 있다보니 그만큼 시민들이 우주 과학에 더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세계 강대국들이 모두 우주 개발에 나서는 등 천문학은 미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무궁무진한 분야다. 교육 도시 조성 측면에서도 누리천문대가 기여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포 대야도서관에 위치한 누리천문대.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3]

    이 같은 누리천문대의 가치와 의미는 매주 빠짐없이 진행되는 천체 관측 프로그램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야간 천체 관측은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에 실시한다. 또 매주 토요일 낮엔 태양을 관측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특정 주제로 천문학 강좌를 진행하기도 한다.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쉽게 별과 천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난 날, 군포의 아이들은 누리천문대에서 별을 만났다. 별 하나에 꿈과, 별 하나에 미래를 새기며. 작은 천문대가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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