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에는 순직한 광부들을 기리는 순직산업전사위령탑이 있다. 위령탑에는 석탄을 생산하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4천118명의 이름이 새겨진 까만 위패가 모셔져 있다. 위패에 새겨진 이름들은 우리나라가 전쟁 직후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 산업현장의 최전선에 있던 탄광 노동자들이자, 누군가의 아버지의 것이다.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짧지만 강렬한 그림책 ‘아버지의 하얀 이꽃’이 출간됐다.
책의 주인공 ‘밝음이’는 늘 힘든 일을 하면서도 웃으시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버지는 자신이 ‘산업전사’라며 자랑스러워 했지만 밝음이는 아버지가 누구와 싸우는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밝음이는 나중에야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가난이란 적과 싸웠고, 또 자신을 위해 깜깜한 어둠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버지는 1960년대 이후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된 석탄을 생산하기 위한 수많은 탄광 노동자 중 한 사람이었고, 자식의 밝은 미래를 위해 갱도로 들어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그럼에도 밝음이는 아버지가 까만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웃으시는 아버지의 얼굴에 피어나던 ‘하얀 이꽃’을 잊지 못한다.
책은 지난 6월 국내 마지막 탄광이 폐광되면서 석탄 산업이 그 치열했던 막을 내렸지만, 밝음이의 아버지처럼 미래를 밝히기 위해 희생한 광부들의 모습을 기억하고자 출간됐다.
캄캄했던 시절 자식들의 풍요로운 미래를 이루고자 자신을 희생했던 4천118명을 기억하고, 어린이들이 현재의 풍요로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