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만난 엉겅퀴 군락의 고요하고 소담스런 풍경에 매료되어 가슴 두근거리는 첫 만남을 잊을 수 없었다. 내제된 작가적 기질은 흰색 바탕에 흩뿌려진 선명한 색들의 환희로 바뀌어 엉겅퀴를 주요 소재로 작업에 매진하게 되었으며, 탐스럽고 풍성한 화병속의 엉겅퀴처럼 우리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염원하는 선한 심성의 표현이 대부분이다.
서양화가 이명화 작가는 엉겅퀴의 특징적 자태를 섬세하게 구현하여 일상의 소재가 예술로 탄생하는 순간을 공유하고자 2024년 10월 11일(금) ~ 10월 17일(목)까지 갤러리서울아산병원에서 "엉겅퀴의 여정" 타이틀로 개인전을 진행 중에 있다.
생성과 소멸 이라는 의식 속에 인간들의 삶에 빗대어 철학적 향기를 불어 넣었다. 봄에 만난 풋풋하고 신선한 느낌의 엉겅퀴에서 여름에 만난 초록과 보랏빛의 명확한 색상을 지닌 꽃들의 만발에 여유, 치유, 평화, 쉼, 희망을 마주한다. 가을이면 빛바랜 꽃대에서 흰 가루 날리듯 뿌려지는 씨들의 비상은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아름다운 조우에서 소멸 그리고 다시 생성이라는 과정이 순환되는 자연의 순리를 그렸다. 단순히 예쁜 꽃 봉우리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며, 화면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초적인 생명체의 속내를 솔직하게 만들어냈다.
유화를 중첩되게 바르고, 뿌리고, 밀어서 질감을 조성한 마띠에르 위에 점을 찍듯이 혹은 긁어내기도 하며 엉겅퀴의 형태를 잡아 사실적이다. 보라색의 농도에 따라 묘사된 꽃들에서 피어나는 에너지가 강열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여백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욱 부각시켜 준다.
하나로 집중하게 만들고, 흐트러짐 없는 생각으로 그림을 바라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다. 소멸 다음에 생성이 있음을 알기에 희망을 말하고자 하며, 자연의 시간에 몸을 맡긴 모든 생명체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엉겅퀴의 여정" 주제로 전시를 실시하는 이명화 작가는 "작품을 매개체로 살면서 겪게 되는 아픔과 시련을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연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엉겅퀴의 모습처럼 크게 동요되지 않고 담담하게 이겨내는 우리들의 모습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원 석사졸업 출신으로 개인전 26회 진행한 중견 작가로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쉐마미술관, 강원도교직원수련원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삶에 활력이 되는 자연의 일부를 작품화하는 미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