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통해 지역사회 지원 근거 마련, 더욱 견고한 사회안전망 구축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2022-09-02 06:06:21
[금요저널] 광진구가 저장강박이 의심되는 노인 주택의 10톤 쓰레기를 주민들과 함께 깨끗하게 대청소하며 스스로 고립된 주민을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지난 8월 29일 오랜 폐지와 고물, 쓰레기로 각종 벌레와 악취가 진동하는 광진구 중곡동 한 다세대주택 앞으로 청소도구와 소독 기기로 중무장을 한 40여명이 모였다.
이곳에는 저장강박증이 의심되는 70대 L씨가 홀로 살며 모은 각종 물건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계단과 집 밖까지 쓰레기를 쌓아 두고 있었다.
주변 이웃의 불편은 물론 당사자도 현관과 계단까지 쌓인 쓰레기로 보행에 위험이 큰 상태였다.
“도움 필요 없어 이건 쓰레기가 아니라 내 재산이야” 이곳에 폐지가 쌓이기 시작한 것은 2018년도 부터였다.
구에서는 이전에도 2차례에 걸쳐 폐지를 치우고 방문과 상담, 따로 사는 가족들을 통해 관리를 시도했으나, 저장강박 특성상 쓰레기 청소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구에서는 이웃 주민과 중곡2동 주민센터, 청소과, 자원봉사팀,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각 분야의 기관이 모여 대책 회의와 설득을 거듭했다.
마침내 8월 초, 끈질긴 노력 끝에 폐지 처리와 심리상담을 거부해 왔던 당사자가 마음을 열고 쓰레기 처리에 동의하며 문제 해결의 길이 열렸다.
광진구는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청소를 추진했다.
이웃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주민센터와 구청 청소과 공무원들이 각종 쓰레기를 옮겼다.
썩고 냄새나는 쓰레기를 비롯해 파지, 오래된 고철 등 이날 수거한 쓰레기는 총 10톤, 차량 6대의 물량이었다.
물청소와 방역까지 꼼꼼히 완료한 후에야 쓰레기집의 청소는 마무리됐다.
구에서는 재발이 잦은 저장 강박의 특성을 고려해 당사자에게 마음 치료와 지속적인 상담을 실시하고 방문간호사의 건강체크 등 꾸준한 방문과 대화, 환경 순찰을 통해 재적치를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꾸준한 개입을 지속할 예정이다.
광진구는 현재 ‘서울특별시 광진구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를 입법 예고 중에 있다.
저장강박으로 인한 쓰레기집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이번 건은 지역 주민들과 여러 기관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있었기에 해결 가능했던 일”이라며 “관련 조례를 제정해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고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손길이 필요한 주민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더욱 견고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