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TO 지원 종료, 비극의 카운트다운] 한류 열풍 뜨거운데 ‘K-푸드’ 찬바람 위기

    수출길 막힌 道 농식품...보조금 줄면서 인력 줄고 수출↓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물류비 끊길땐 경쟁력 뒤처져 막막

    by 최홍석 경기도 총괄본부장
    2022-09-17 21:00:41

    1. 수출길 막힌 道 농식품

    “대부분 ‘어련히 지원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만 있는 것 같아요. 끝은 정해져 있는데 아직 명확한 대안이 없으니 상황이 중구난방입니다.”

    15일 화성시 송산면에 위치한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 쉼 없이 돌아가는 레일 위로 수출용 샤인머스캣 선별 작업이 한창이다. 선별된 샤인머스캣을 저울에 단 후 박스에 차곡차곡 담으면 출하 준비가 마무리된다. 쉴 틈 없이 바빠 보였지만 “예전에 비하면 바쁜 것도 아니다”라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지난 2014년 무렵만 해도 협의회는 한 해에 195t에 달하는 포도를 수출했었다. 하지만 이듬해(2015년)부터 수출물류비 보조금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인력까지 감축하게 되면서 수출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가평군의 한 막걸리 제조•수출업체에서 직원들이 수출용 및 내수용으로 개발한 막걸리, 전통주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WTO 수출물류비 지원이 중단되면 수출경쟁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의 최근 3년간 수출 실적을 보면 2019년 140t에서 2020년 110t, 2021년 50t으로 감소 폭이 점차 커졌다. 올해 수출량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기간 협의회가 정부·지자체로부터 지원 받은 수출물류비 역시 2천365만6천930원→1천31만원→764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수출 실적이 가장 좋았던 2014년(5천956만2천640원)과 비교하면 최근에는 8분의 1가량까지 감소한 셈이다.

    더군다나 지난 2년간 보조금 삭감에 보태 코로나19 여파로 물류비까지 폭증하면서 수출 대신 내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남윤현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 대표이사는 “한류 영향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지금이 한국 포도를 해외에 알리기엔 최적의 시기지만, 수출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며 “이제는 협의회 운영조차 힘들어 조만간 작은 건물로 이사를 갈 준비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비단 ‘농산물’만의 얘기는 아니다. ‘가공식품’도 같은 고민을 한다.

    특히 막걸리의 경우 보조금 폐지가 국내 쌀 농가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막걸리 업체가 물류비를 지원 받기 위해서는 국내산 쌀을 사용해야 하는데, 지원금이 사라지면 결국 국내산 쌀 대신 저렴한 수입산 쌀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 관계자들이 수출될 샤인머스켓 선별·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남도희 막걸리수출협의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수출통합조직’ 띄웠지만... 첫 단추부터 난항

    농식품 수출 물류비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수출통합조직 결성’이 떠오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허점 투성이에 완성도가 부족한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물류비 폐지 등에 대비하기 위해 수출통합조직 구성을 장려하고 있다. 2024년 이후 물류비 지원이 폐지되면 수출통합조직을 통해 간접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 조직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배단계부터 품질을 관리해 수출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 업체 간 과당경쟁을 피하면서 수출을 견고히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토마토 △감귤 △배 △파프리카 △버섯 △딸기 △포도 △절화류 등 8개 품목에 대해 수출통합조직이 구성됐다.

    ■ 생산자 단체 vs 유통업체 마찰... “한뜻 결성 어려워”

    수출통합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자조금 단체가 우선적으로 결성돼 있어야 수월하다. 자조금 단체는 농산업자로 구성돼 있고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른 법적 근거가 있는 단체다. 수출통합조직은 농산업자·수출업체로 구성된 ‘법인’이다. 자조금 단체는 수출에 있어 대상자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농산업자로 구성된 단체이다 보니 수출 과정에 대한 전문성이 비교적 부족하다. 이 때문에 생산자와 수출업체가 함께 결성한 수출통합조직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품목별 생산업체와 유통업체 간 의견 조율이 어려워 수출통합조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동일한 목적을 가진 단체 간(생산자 단체는 생산자 단체끼리, 유통자 단체는 유통자 단체끼리)이라면 의견을 한데 모으기 쉬운 반면,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단체 간(생산자 단체와 유통자 단체)이라면 통합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여러 이해당사자의 의견 조율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농식품 수출업체들의 가장 큰 불만은 통합조직의 지분 참여 비율이다.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통상적으로 생산농가가 수출업체보다 높은 비율의 지분을 갖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의 불만이 높다.

    [가평군에 있는 막걸리 생산업체 ㈜우리술에서 수출될 막걸리들이 포장 과정을 거치고 있다.
    ㈜우리술 제공]

    즉, 조직결성을 통한 우회적 지원책이 마련되더라도 생산업체와 유통업체가 뜻을 모아 수출통합조직을 만들지 못하면 공염불일 뿐이다.

    ■ 수출통합조직 마련돼도 아무런 시스템 없어... 영세 농민·업체 “우리는 꿈도 못 꿔”

    더욱이 농식품 생산업체들은 자조금 단체 형성부터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수출 규모가 100억원 미만의 품목별 생산업체들은 단체를 구성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통합조직이 결성되더라도 그 이후에 조직을 어떻게 강화시키고 어떤 활동을 전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 현재 결성된 품목별 수출협의회 역시 아직 협의체를 이끌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하고 중장기적 계획도 미흡한 상황이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명확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고, 경기도 역시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는 것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응철 품목조직화연구소 소장은 “농가나 수출 생산자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자조금 단체’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품목별 단체들이 결성되더라도) 농식품 수출 과당경쟁으로 영세농·영세수출업체가 밀려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계적인 조직을 육성해 안정적인 가격을 형성한다면 영세한 농가들까지 안정성을 담보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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