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저널] “우리 첫째 막 낳았을 때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 머리숱 빼곡한 것까지 정말 예뻤지. 그런데, 여기 어디요? 당신, 누구요?” 치매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은 ‘가족’의 기억을 가장 지키고 싶어 한다.
2018년 서울시와 제약업체 한독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한 373명의 어르신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인 284명이 ‘가족’에 대한 기억을, 이어 ‘자신의 인생’, ‘고향’ 등을 지키고 싶은 기억으로 꼽았다.
서울 광진구가 치매 환자와 이토록 소중한 가족의 아픔을 함께 극복하고자 9월 한 달간 ‘치매극복주간 캠페인’을 실시한다.
17일에는 어린이대공원역 후문에서 치매전문 자원봉사단이 ‘치매극복의 날’ 캠페인에 팔을 걷어붙였다.
구의 전문적인 치매통합관리 서비스를 소개하고 치매 예방에 좋은 걷기 활동 등을 홍보하며 치매 관리와 치매 극복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12일부터 25일까지는 ‘매년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이다’라는 문구와 실종 예방 동영상 QR코드가 있는 컵홀더를 지역 내 카페에서 배부하고 1일부터 30일까지는 치매 전문 자원봉사자 ‘기억친구’ 가입자 모집과 서울시 광역치매안심센터 유튜브 채널 신규 구독자에게 선착순으로 상품 지급을 진행한다.
지역사회의 체계적인 치매 관리와 관련해 광진구는 건국대학교와 연계한 ‘광진구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며 치매 환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자양전통시장’을 치매환자 배려시장으로 지정해 약 130개 점포 중 47개 점포가 치매파트너로 활동하며 시장을 배회하는 치매 의심 환자 발굴과 실종 예방에 힘을 모았다.
지역 특성에 맞춘 치매안심마을 운영에도 노력을 쏟았으며 지난해에는 전국 최초로 ‘뮤직북’을 제작해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했다.
구는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마음까지 보듬는다.
코로나19로 치매 환자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전문 강사가 집으로 방문해 환자에게 미술치료, 신체활동 등을 제공하는 ‘우리집에 놀러와’를 운영해 치매 환자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올해 상반기에는 치매 환자의 가족을 위한 전문 마음 상담 프로그램인 ‘세상은 알록달록해’를 통해 보호자의 스트레스 해소 교육과 1:1 전문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고 ‘싱싱드림’ 프로그램으로 텃밭을 공유해 식물을 가꾸며 마음을 어루만질 시간을 전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구는 2022년에 ‘서울광역치매센터장 기억친구 UCC 공모전 최우수상’, ‘중앙치매센터 주관 치매극복수기 보건복지부장관상’, ‘치매극복의 날 유공자 정부포상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획득했다.
이는 2021년 ‘광역치매센터 및 치매안심센터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과 2020년 ‘치매안심마을 운영’ 부문 우수상에 이어 3년 연속 수상의 쾌거를 거둔 것으로 광진구는 지역사회의 치매 관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아 나도 이제 의지하고 마음을 터놓을 곳이 생겼구나” 치매 증상을 보였지만 치매를 인정하지 않는 남편의 손을 잡고 광진구 중곡동 치매안심센터를 찾은 주민이 맞춤형 치매 케어 운영프로그램을 안내받고 눈물과 함께 안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주민은 버거웠던 마음을 내려놓고 남편과 희망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치매는 지역사회의 치료와 돌봄을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이 자신의 삶터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며 “이번 치매극복주간 캠페인을 계기로 사회적 돌봄을 확대하고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치매 환자와 가족을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모시는 광진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