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이가 여러분에게 애원합니다. 제 마지막 관객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이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적막이 감도는 무대 위 휠체어를 탄 한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천재적인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짓에 대한 고백을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안토니오 살리에리’다.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연극 ‘아마데우스’는 동시대를 살았던 음악가이자 실존 인물인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이야기에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의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이다.
1981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1984년 밀로스 포먼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을 수상했다.
극은 18세기 비엔나를 배경으로 모차르트에게 경외와 질투를 느끼며 자신의 평범함에 고통스러워했던 살리에리의 고뇌를 조명한다.
노력파 음악가 살리에리와 재능을 타고난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의 대립을 통해 신을 향한 인간의 애증과 진정한 예술적 재능을 열망하는 예술가의 심리묘사를 담았다. 질투와 시기, 연민과 우월감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 “불공평한 신이여,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살리에리는 10살 때부터 음악을 간절히 원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서 자신의 하나님께 기도했다. “주여, 음악을 통해 당신이 자랑하고 나 또한 영원히 추앙받는 위대한 작곡가가 되게 해주세요.”
신에게 자신의 성심과 금욕된 생활을 평생 바치겠다고 약속한 살리에리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부모님의 지인이 갑자기 나타나 그를 비엔나로 데려갔고, 머지않아 황제를 만나 궁정 작곡가로 성장했다.
비엔나에서 가장 성공한 음악가로 살아가던 그의 앞에 신동과 천재라는 수식어를 몰고 다니는 모차르트가 등장했다.
첫 만남부터 음탕하고 천박하기 그지 없던 모차르트. 그런 사람이 작곡을 한다는 것조차 살리에리는 신기하기만 한데,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만든 환영 행진곡을 지적하고 심지어 살리에리가 사랑한 오페라 가수 카테리나와 염문에 휩싸인다.
증오로 가득 찬 살리에리는 공주의 음악 선생님 자리를 빌미로 모차르트의 아내에게 접근하고 그를 통해 모차르트의 악보들을 보게 된다.
수정한 흔적 없이 깨끗한 모차르트의 악보들. 살리에리는 그 순간 깨닫는다. 모차르트는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작곡을 끝내놓고 악보에 그저 써 내려갔을 뿐이란 걸.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살리에리는 공허한 자신의 음악에 수치심을 느낀다.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대비되는 자신의 평범함을 개탄한다.
살리에리는 신을 향해 외치기 시작한다.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난 당신의 장난질에 더 이상, 절대 굴복하지 않아. 이제부터 우리는 영원한 적입니다. 영원한.”
모차르트 역의 이재균 역시 빈틈없이 극을 메운다. 떼쟁이 어린아이같은 명랑함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함, 자신만이 진짜 음악가라 생각하는 당당함, 말년의 노쇠한 모습 등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자칫 유치해보일 수 있는 모차르트를 매력적인 인물로 보이게 끔 연기한다.
또한, 카테리나 역의 손의완은 성악 전공자로 마술피리 속 밤의 여왕 아리아를 불러 극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