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에는 태화강 대나무 숲길을 거닐며 외 12편, 제2부에는 매듭 외 15편, 제3부에는 새가 문을 두드리는 까닭 외 13편, 제4부에는 육식주의자들의 잡설 외 14편을 실어 총 58편의 신작시를 엮어서 본인의 두 번째 시집을 ㈜천년의 시작 시작시인선에서 출간했다.
곽향련 시인은 ‘울음이 불룩해진다’에서 자기 존재의 근원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근원에 대한 물음 앞에서 자신을 낳아 준 부모와 무관하기만 한 결론에 이를 수는 없을 것이다.
해설을 쓴 김경복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부모와의 운명적 유대를 본능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자신의 존재성으로 성찰하는 사람들이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깊이 하는 예술가”일 것이다.
그러나 곽향련 시인은 지나간 시간에만 고여 있지 않는다.
“부모의 물질적, 정신적 삶의 이미지들”이 자신의 “존재 형성의 토대”가 됐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성찰하지만 이것은 ‘울음이 불룩해진다’에서 “하나의 미학적 형식”으로 승화된다.
덧붙여 곽향련 시인은 이번 시집 ‘울음이 불룩해진다’를 통해 근원에 대한 성찰이 타인을 향한 관찰과 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이는 시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의 행간과 시집을 읽는 이들이 함께 공감대를 찾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고 평했다.
유홍준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곽향련의 시편들을 일별하고 난 후 곧장 떠올린 단어 ‘가풍’ 나는 옛 어른들이 밥상머리며 술상 머리에서 두런두런 주고받으시던 말씀들을 떠올렸다.
곽향련에게 새로움이니 모던이니 하는 기준을 갖다 대서는 안 된다.
“누굴 밀어내고 밥 먹은 적 없는” 시인에게 밥은 “소리 나지 않게 먹어”야 하는 것. “너무 가벼워” “내 몸에서도 피가 모자라 나눠 가질 것이 없다고 하는데”도 헌혈을 위해 팔뚝을 내미는 것이 곽향련 시의 성품이라고 하며 이쯤에서 나는 곽향련의 시들을 ‘꼿꼿한 대나무의 유전자를 가진 훈육의 시편들’이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
시집 제목과 관련한 시 ‘이불이 울음을 덮다’를 다음에 소개한다.
이불이 울음을 덮는다속앓이를 뒤척이며 함께 울어 주는 집인 것처럼/창밖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덮어 준다울음의 탄생지인 자궁에서 빠져나올 때의 울음이라면 축복이지/아버지, 어머니 저승길까지 따라가는 곡哭이라면 어떨까/죽음이 나를 끌어당겨도 가슴에 칼을 묻지는 않았으리다람쥐는 눈물을 쳇바퀴에 달고 이런 울음 어디에 숨겼지?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는 울음/시詩도 대신 울어 주지 않는 울음눈물을 뭉친 구름 같은 솜뭉치에 바늘이 걸어간 이불/들썩이는 울음을 당긴다울음이 불룩해진다곽향련 시인은 경남 의령 출생으로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12회 우수상, 13회 은상, 17회 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2014년 시집 ‘파손주의’가 있으며 2021년부터 제8대, 제9대 의령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외적으로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