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데 여전히 밥 한 공기 쌀값이 껌 한 통 값에 못 미치는 300원도 안 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흉년까지 겹쳤지만, 오히려 쌀값 폭락이 이어지며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농사짓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풍년이 들면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내려가도 수입이 늘어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좋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농민들의 수입만 줄어드는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풍년의 역설이다.
그런데 흉년이 들면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올해 쌀의 경우 벼 생산량이 예년에 감소 예정이지만 반대로 가격이 폭락해 역시 흉년의 역설에 직면한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쌀 예상 생산량은 380만 4,000톤으로 전년 대비 2% 감소가 전망된다고 7일 발표했다. 벼 재배면적이 2021년 732,477ha에서 2022년 727,158ha로 5,319ha 줄며 0.7% 감소한 데다가, 가지치기 시기(분얼기, 6월~7월)에 강수량 부족으로 포기당 이삭 수가 감소와 벼 낟알이 형성되는 시기(유수 형성·수잉기, 출수·개화기, 7월~8월)에 일조시간 및 강수량 부족으로 완전 낟알 수가 감소가 겹쳐 1.3% 감소해 총 2%의 수확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재배면적도 줄고, 이상기후로 생산량도 줄어 흉년이지만 가격이 오히려 폭락하는 ‘흉년의 역설’이라는 비상식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다른 물가는 다 오르고 쌀값만 대폭락하자 정부는 뒤늦게 7일부터 2021년산 쌀 10만 톤과 2022년산 쌀 35만 톤에 대한 시장격리 매입 절차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9일 현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소매가는 20kg 기준으로 45,972원으로 전년도 54,552원에 비해 8,580원 낮은 가격으로 18%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식량주권을 담보로 정부가 각종 제도에 따른 규제로 농지를 묶어 놓고, 심지어 쌀시장에 개입해 양곡 관리를 해 오고 있지만, 정부는 있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 제구실을 하지 않고 방치하다 제때를 놓치고 있고, 국회는 뒤늦게 있는 제도를 정비로 대치하며 그동안처럼 농민들의 희생을 여전히 방치되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애초에 쌀값이 왜 떨어졌는가. 정부의 정책 실패였다. 추곡수매 폐지, 목표가격 폐지, 자동시장격리 없는 양곡관리법 개정, 대책 없는 쌀개방. 실패한 정책이 차곡차곡 쌓여 45년 만에 최대폭의 폭락이라는 대참사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농민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는가. 점점 더 나락으로 빠졌다. 끝을 알 수 없는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의 악순환 속에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면서 “정책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이 필요하다. 올바른 정책은 일회성·선심성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는 정책이다. 병은 몸에 있는데 손발만 주무르고 있다면 병이 나을 수 있겠는가. 매년 농민들이 쌀값 투쟁을 벌이는 것은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쌀값이 생산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쌀값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구조적·근본적 대책을 줄곧 요구해왔다”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발표한 성명서의 지적에서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풍년이 들어도, 흉년에 들어도, 생산비가 증가해도 떨어지는 쌀값.
밥 한 공기에 300원은커녕 다른 물가는 다 오르고, 농업 생산비마저 올랐지만, 정부가 개입하는 쌀 가격만 풍년의 역설에 이어 흉년의 역설까지 강요당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벼 수확이 안성에서도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