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한국 멸종위기 조류(鳥類) 재두루미가 미양면 후평리 안성천 인근에 있는 안성평야 논배미에서 천역덕스럽게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본지에 의해 안성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
지난 5일 오전 8시 58분 “미양면 후평리 (미양)농협 저온창고 부근 두루미 포착”이라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논배미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3마리의 재두루미 사진을 마을 주민이자 농민인 이훈씨가 제보해 왔다.
안성천 둑방길을 따라 안성평야가 있는 들판 현장에 도착해보니, 멀리 논배미를 어슬렁거리며 한가롭게 긴 목을 숙여 먹이 활동하며 걷고 있는 재두루미 3마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50m 지점가량 다가가자, 기척을 알아채고는 이내 하늘로 솟아올라 고개를 쭉 펴고 큰 날개를 휘저으며 안성평야를 가로질러 평택, 성환 방면으로 날아갔다.
후평리에 사는 지인 농가인 윤종우 농민에게 점심을 얻어먹으며 재두루미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안성평야 들판과 안성천을 살펴본 후 오후에 처음 발견됐던 곳에 가보니 다시 3마리가 앉아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5일부터 11일까지 1주일 동안 매일 같은 장소 인근에서 3마리의 재두루미의 먹이 활동을 관찰할 수 있었고, 7일에는 점심 먹었던 윤종우 농민도 사진을 찍어 제보해 오기도 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재두루미는 두루미목 두루미과 조류로 드문 겨울철새이다. 몸길이는 약 127cm이며, 암수의 형태가 유사하다. 눈 주위로 붉은색 피부가 노출되어 있다. 머리와 뒷목은 흰색, 목 앞은 회색이다. 몸은 회색이고, 첫째 날개깃과 둘째 날개깃은 검은색이지만, 날개를 접고 있을 때 흰색의 셋째 날개깃이 덮고 있다. 다리는 황록색이고 다리는 붉은색이다”고 설명하고 있었고, 이를 안성평야 논배미에서 1주일간 같은 특징을 같은 장소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재두루미는 학(鶴)이라 불리는 두루미와 같은 두루미목, 두루미과, 두루미속 조류(鳥類)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위협받는 적색목록(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에 포함시킨 위기종(EN)으로 취약(VU)등급이다.
한국에서도 1968년 5월 31일 천연기념물 제203호로 지정했고, 1998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및 보호 야생동·식물로 지정 이후 2012년, 2017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을 거듭해 온 전 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보호받고 있는 희귀한 겨울 철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10년 보도자료에서 재두루미는 전 세계 생존 개체 수를 3,500마리로 추산하고 있었고, 그중 한국에는 2009년 1,464마리만 발견됐다고 밝힌 것처럼, 지구상에 몇 마리 안 남은 멸종위기종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재두루미의 생태에 대해 “드문 겨울 철새이다. 겨울철에 어미새는 어린새와 함께 가족군을 형성하며, 강 하구, 갯벌, 개활지, 논, 초습지에서 생활한다. 조개류와 곤충류, 옥수수, 벼의 낱알, 풀씨, 풀뿌리 등을 먹는다. 경계심이 매우 강하며, 사람이 접근하면 주위를 감시하던 개체의 신호에 의해 무리 전체가 목과 머리를 위로 들고 날아갈 준비를 한다. 이동시기에는 여러 가족군이 모여 큰 무리를 이룬다”고 밝혔다.
그리고 경북 구미시 홈페이지에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번식지는 한반도 북쪽인 몽고 북동지역, 중국 북동지역, 러시아 남동부지역이다.
주로 울츠강과 다른 강 주변을 따라 형성된 습지지역에서 약 1,000마리의 재두루미가 번식하고 있고 중국의 흑룡강성 북단의 먼 지역과 내몽고 지역에서도 많은 수의 재두루미가 번식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이들 번식지에서 한반도를 가로질러 월동지인 일본 북해도로 이동을 하는 데 월동지로 가는 중간기착지로 한반도 비무장지역 안과 인근 여러 곳에 많게는 약 2,000마리가 도래한다.
한반도의 주요 중간기착지로는 철원 평야, 한강 하구, 임진강 하류, 낙동강 해평습지, 북한의 백천과 은율평야 등의 습지가 있다
그리고 월동을 위하여 일본 규슈 서부지역의 이즈미시와 중국 대륙의 중앙과 동부지역을 가로질러서 후난, 장시, 안휘, 장쑤 지방으로 이주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번식지인 북쪽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월동지로 가는 중간에 볼 수 있는 나그네새였지만, 최근 기후 변화 등으로 한반도에서도 일부가 월동하게 된 것이고, 이번 안성천 인근 미양면 후평리 안성평야 논배미에서 먹이인 떨어진 나락을 먹는 모습이 안성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548 등. 1975-02-25), 철원 철새 도래지(강원 철원군 철원읍 일부. 1973.07.10.),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1966-07-23), 연천 임진강 두루미류 도래지(2022.05.12.) 등을 재두루미 관련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되고 있다.
한편 국립생물자원관은 <일본으로 가지 않고 남는 재두루미가 늘고 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2010.01.05.)에서 나그네새였던 두루미가 “「기후 변화에 따른 한반도 생물종 구계변화 연구」에서 철원지역에 도래하는 재두루미가 주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지역으로 남하하지 않고 철원지역에 계속 남아 월동하는 개체군이 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밝힌 것이 그 근거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환경부 기후변화 적응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철원지역에 도래하는 재두루미의 월동 개체군을 조사하였고 한반도를 거쳐 일본 이즈미지역에 도래하여 월동하고 있는 재두루미의 개체군을 같은 시기에 조사하여 비교한 결과였다.
그러며 재두루미의 분포 및 월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먹이자원, 안전한 잠자리, 개체군 간의 경쟁, 종간 경쟁, 천적, 인간의 간섭 등 다양한 인자가 있으나 철원지역의 경우 DMZ 내에 안전한 잠자리가 있고 기온의 상승과 적설 기간 및 적설량의 감소와 같은 기상 조건이 두루미류의 먹이자원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큰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상청의 기후자료를 이용하여 재두루미의 월동에 영향을 미치는 철원지역의 최저기온을 비교한 결과 10년 전인 1999년 12월에는 평균 -9.1℃였는데 2009년 현재까지의 12월의 최저기온은 평균 -6.8℃로 2.3℃가 상승하였으며 11월의 최저기온은 1999년 -0.9℃에서 2009년에는 -0.1℃로 0.8℃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과거에는 11월 하순 또는 12월 초에 재두루미가 채식하는 논에 눈이 쌓여 재두루미가 먹이가 부족하여 철원지역을 떠나 기온이 따뜻하고 충분한 먹이를 인위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일본 이즈미로 이동하여 겨울을 지냈지만, 최근 철원지역에 강설량이 매우 적어 먹이를 구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이동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결론으로 “과거에 비하여 12월에 철원에 남아있는 재두루미의 수가 500~600개체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철원지역의 최저기온의 상승과 눈이 덜 오는 기후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나그네새이기도 했던 재두루미가 일본으로 가지 않고 한반도와 이번에 안성평야에서 발견된 것은 기후 변화로 최저기온 상승이 주요 원인이고, 먹이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기도 하는 것이다.
두루미는 한문으로 학(鶴)이라 쓰고 세계적으로 15종류가 있으며, 아시아에는 8종이 있고 그중 두루미( Red-crowned Crane), 재두루미(White-naped cranes), 흑두루미(Hooded cranes), 시베리아흰두루미(Siberian white cranes), 쇠두루미(Demoiselle cranes), 검은목두루미(Eurasian cranes), 캐나다두루미(Sandhill cranes ) 7종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두루미( Red-crowned Crane)는 단정학이라고도 하며 전설 속에서 신선이 타고 다니는 새, 십장생의 하나이고 궁중과 민속춤 ‘학춤’, 의복 등에 문양을 새겨 넣기도 했다.
재두루미와 두루미의 외관상 가장 큰 차이는 몸통으로 두루미는 흰색이고, 재두루미는 회색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번에 안성천 인근 안성평야에서 발견된 재두루미 3마리는 기후 변화와 먹이로 인해 그동안의 철새 월동지와 도래지가 아닌 안성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월 중순에 가까운 11일까지 3마리가 매일 같은 장소에 날아와 먹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안성 일대가 기후와 먹이 활동 등 철새 재두루미가 월동지로 선택하기에 필요한 환경으로 변해있다는 의미다.